[사라진 숙련공]③"부실시공은 인력의 문제"…양성 대책 절실

차완용 2023. 9.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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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은 제조업과는 다르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관리하는 업종이다. 결국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사람이 중요하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의 무더기 철근 누락 사태 등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자 차희성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이같이 답했다.

부실시공이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때문이라는 결론이 도출된 상황에서, 차 교수는 ‘구멍 난 건설 인력’을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차희성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

차 교수는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대우건설에서 약 2년간 근무했다. 이후 미국 및 국내 건설산업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5년부터 아주대 교단에서 18년간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건설 산업에 대한 이론과 현장 그리고 국내외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앞서 발생한 부실시공 원인으로 ‘인력’을 콕 찍은 이유는 국내 건설 산업의 기술력이 글로벌 기준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건물을 짓는 시공 분야 기술력만큼은 우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를 수행·관리·감독해야 하는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서 부실시공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차 교수는 “부실시공은 기술력이 아닌 인력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현장의 노무 인력 관리, 인재 유출, 건설업 비전의 부재 등의 문제가 건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미흡한 현장 노무 인력에 대한 관리 및 교육 제도를 지적했다. 대다수의 건설 현장에 외국인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와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 의사소통까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철근 누락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외국인 노동자의 언어와 기술 등을 가르칠 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보여 주기식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들은 안전진단 교육 4시간 받으면 이수증이 발급되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비자가 발급된 외국인 노동자에 한정된 상황으로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육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를 제외한 경우 지방에서는 4시간 교육도 받지 않은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차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의 질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수한 인력을 유입시킬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차 교수는 “건설업은 소위 ‘노가다’로 불리며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깔려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나서 처우를 개선하고, 고강도 신체 노동 및 노동 여건에 따른 안전 위험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방안으로 차 교수는 신기술·신공법 도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연구·개발(R&D)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례로 OSC (offsite construction, 탈현장) 방식을 언급했다. 차 교수는 “아파트를 지을 때 고층의 현장에서 고강도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OSC 방식은 안전한 환경의 공장에서 정해진 구조물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만들어 현장에서 설치만 하면 된다”며 “하지만 현재 국내 최고층 OSC 방식 주택은 철골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13층으로, 층간소음, 내화성능 등 기존의 까다로운 규제와 관습으로 인해 더욱 높은 초고층 주택 구축에 제한받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OSC 공법과 같은 신기술·신공법이 진화할수록 부족한 인력 문제 해결과 공사 기간 단축 등 건설업의 생산성이 혁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양성 교육 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대학이 운영하는 건축(공)학과 5년 학제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다. 1990년대까지 4년제로 운영되고 있던 국내 대학 건축(공)학과는 2002년부터 세계건축사연맹(UIA)의 권고에 따라 상당수가 5년 학제로 운영되고 있다. UIA가 국가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던 건축사 자격증에 대한 상호인정을 위한 검증 수단으로 5년 이상 전일제 교육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차 교수는 UIA가 권고하고 있는 교육 시스템이 이미 시대에 뒤처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교육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건축 산업이 고도화되고 세분되면서 글로벌 대학에서는 설계·시공·감리 등 영역별로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학교 및 지역에 따라 다양한 학제와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유럽 등 46개국이 참여한 볼로냐 협약은 학사 3년과 석사 2년 과정을 통합해 5년 만에 신속하게 전문 학위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열어 놓고 있다. 일본 역시 건축(공)학과 학제는 학부 4년과 대학원 2년을 기본으로 한다. 이들 나라 및 학교들은 이러한 학제 과정을 통해 설계·시공·감리 등 다양한 전문성을 배양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민감한 입시 수요 및 경쟁률로 국내 대부분의 건축학과가 5년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 교수는 “5년제라는 제도로 건축 교육이 경직됐고, 다양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우리도 글로벌 대학 기준에 맞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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