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 25배' 대형 댐에…에티오피아·이집트, 뜨거운 물싸움
아프리카 대륙의 젖줄인 나일강에 초대형 댐이 들어서면서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간 물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건설한 대형 댐에 마지막 4차 담수를 끝냈다는 사실을 공표하자, 나일강 하류에 있는 이집트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현 세대에게 큰 선물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ERD)'의 마지막 4차 담수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매우 기쁘다"면서 "그동안 외부 압박 등 시련이 많았지만 여기까지 잘 왔고, 앞으로 남은 과정도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에티오피아와 이집트·수단 3국이 2년 만에 GERD에 대한 협상을 재개한 지 약 2주 만에 나온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이집트는 합의가 완료될 때까지 담수를 중단해달라고 에티오피아에 거듭 요청했지만, 에티오피아는 담수는 자국의 권리라며 맞섰다. 결국 지난 2020년 7월 1차 담수를 시작한 후, 이번에 최종 4차 담수까지 완료했다.
이에 이집트 외무부는 "에티오피아의 일방적인 행동은 나일강 하류 국가의 권리와 이익, 그리고 국제법이 보장하는 물 안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앞으로 4개월 이내에 끝맺기로 한 3국의 협상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에티오피아가 지난 2011년 착공한 GERD 건설은 약 46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댐의 높이는 155m, 길이는 1.8㎞다. 저수량은 무려 740억t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소양강댐(29억t)의 25배를 넘는 규모다. 현재 90% 이상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오는 2025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에티오피아가 댐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 생산이다. 국민 1억2700만명의 70%가 전기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GERD를 통해 최대 6500MW(메가와트)의 전기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에티오피아의 연간 발전 용량의 2배 이상으로, 아직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국민 60%가 안정적인 전력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를 이용해 제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이웃 나라에 전기를 수출해 국가 재정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에티오피아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체 13개 발전용 터빈 가운데 2개의 터빈 발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GERD가 완공돼 나일강 물을 가두게 되면 하류에 있는 이집트로 흘러드는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 우려가 있다. 나일강은 이집트의 식수원이자 농·어업과 교통·관광 산업의 근분이다. 나일강 수량 급감은 이집트인의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집트는 인구(약 1억600만명)의 97%가 나일강 유역에 살고 있다.
이집트는 또 에티오피아가 향후 댐을 전략 안보 자산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집트는 GERD 건설 저지를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다만 GERD가 거의 완공되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의 티모시 칼다스 부소장은 "댐에 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 이집트가 댐을 공격하면 동맹국인 수단의 청나일강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댐에 대한 공격 가능성의 창은 닫혔다"고 분석했다.
당초 에티오피아 국경 서쪽에 위치한 수단도 GERD 건설을 반대했다. 그러나 GERD댐이 대규모 홍수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올초 입장을 바꿨다고 도이치벨레(DW)가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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