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잊지 않겠다” 美서 9·11테러 22주년 추모 행사
9월11일(현지시간) 오전 8시46분. 미국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Ground Zero) 주변에 조종이 울려 퍼지자, 거리에 선 수백명의 인파가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미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꼽히는 9·11 테러가 벌어진 2001년, 테러범들이 탑승한 항공기(AA11편)가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건물과 첫 충돌한 시각이다.
테러 22주년을 맞이한 이날 오전 뉴욕은 다시 한번 희생자들을 기리며 잠시 멈춰 섰다. 그라운드 제로 앞 9·11 추모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은 늘 그러했듯, 연단에 선 유족들이 3000명에 가까운 희생자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진행됐다. 오전 9시3분 다시 한번 타종 소리에 맞춰 모두 묵념했다. 항공기 UA175편이 WTC 남쪽 타워와 충돌한 시각이다. 이후에도 호명 도중 AA77편이 펜타곤에 추락한 오전 9시37분, WTC 남쪽 건물이 무너진 오전 9시59분, UA93편이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 인근에 추락한 오전 10시3분, WTC 북쪽 건물이 붕괴된 오전 10시28분 등 총 6차례에 걸쳐 묵념이 이뤄졌다.
연단에 선 유족들은 자신이 맡은 희생자들의 호명을 마칠 때마다 "아빠 사랑해요. 보고싶어요", "2023년9월11일, 살아있다면 26세였을 것"이라고 애타는 그리움을 전했다. 당시 테러로 숨진 희생자 수만 2983명에 달한다. 이날 희생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추모행사도 총 네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이 담긴 옷을 입거나 액자를 든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통제구역 밖에도 많은 인파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함께 기렸다.
당시 테러에서 삼촌이자 대부인 리차드 가브리엘을 잃은 가브리엘르 가브리엘리는 "(추모식에서 삼촌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희생자들을 기억해야만 한다. 이것이 그들의 유산이다. 마지막 안식처"라고 말했다. FDNY의 라우라 카바나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날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면서 "우리는 상실감이 아닌,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소방대원(FDNY)만 343명으로 집계된다. 당시 현장에서 질병, 후유증을 얻어 지금까지 사망한 소방대원들의 숫자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현장에 참석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22년전 9월 11일 오전 9시 37분에 벌어진 일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는 우리 나라를 파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과 그 이후 미국은 우리가 결코 두려움과 증오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등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군기지에 들러 추모식에 참석했다. 미 대통령이 서부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11 추모식은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도 이뤄졌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행사에서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9·11은 여러분의 인생을 영원히 바꿨다"면서 "그러나 여러분은 우리를 영원히 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여러분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택했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그들이 사랑했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 역시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9·11 테러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알카에다가 2001년 4대의 민간 여객기를 납치해 일으킨 미 역사상 최악의 참사다. 당시 테러리스트들은 두 대의 여객기로 뉴욕 WTC 건물에 자살 테러를 감행했고, 또 다른 여객기로는 국방부 청사를 공격했다. 연방의회 건물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여객기는 승객의 저항으로 펜실베이니아 지역에 추락했다.
특히 올해 추모식은 테러 발생 22년 만에 희생자 2명의 신원이 확인된 지 며칠되지 않아 이뤄지기도 했다. 앞서 뉴욕시 검시관실은 첨단 DNA 분석 조사를 통해 희생자 중 1648번째 남성, 1649번째 여성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통보했다. 다만 여전히 1100명 이상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날 뉴욕을 비롯한 미국 내 공공청사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맨해튼 주요 건물엔 푸른색 조명이 점등된다.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이날 일몰부터 WTC 쌍둥이 빌딩을 상징하는 푸른색 2개의 빛을 하늘로 쏘아올리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점등식이 진행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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