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조건’ 없는 ‘착한 기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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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도시에서 자랐기에 부두를 오가는 컨테이너 트레일러, 대형 크레인 등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항만 관련 일을 하거나 배를 타는 부모를 둔 또래도 적잖았다.
스마트항만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해 선박 접안, 하역·이동 등을 통제하고 운영한다.
그동안 많은 기술이 일궈낸 변화와는 폭이나 깊이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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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도시에서 자랐기에 부두를 오가는 컨테이너 트레일러, 대형 크레인 등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항만 관련 일을 하거나 배를 타는 부모를 둔 또래도 적잖았다. 초등학생이던 어느 해에 옆자리 짝이 한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뒤늦게 알았는데 ‘부두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부두 일’이 힘들고 위험하다는 건 선뜩한 숫자로도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 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재해로 숨을 거둔 항만 노동자는 57명에 이른다.
산재 위험만 고려한 건 아니겠지만, 정부는 완전 무인항만인 ‘스마트항만’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자동화 하역시스템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26년 전남 광양항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2030년부터 인천 신항과 부산 신항 등에 도입할 예정이다. 스마트항만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해 선박 접안, 하역·이동 등을 통제하고 운영한다. 당연하게도 효율적 물류, 항만 작업자의 안전 보장 같은 장점이 따라붙는다. 다만 항만에 기댄 많은 ‘밥줄’은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다.
전례 없는 속도로 거침없이 이뤄지는 ‘자동화’는 저비용, 저위험, 고효율을 보장하는 마술지팡이다. 코로나19 같은 질병에 대항하는 백신을 만들 때 초거대 AI를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생성형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생성형 AI를 적용하면 한국의 잠재적 생산역량이 약 620조원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마술지팡이는 국방 분야에서도 힘을 쓴다. 최근 미국 공군은 AI 전투기 ‘XQ-58A 발키리’의 공중전투 시험비행을 마쳤다. 조종사 없이 최고 시속 1050㎞로 날고, 가시거리 밖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8발을 탑재한다. 스텔스 기능도 갖췄다. 발키리의 대당 가격은 400만 달러로 유인 스텔스 전투기인 F-35(대당 8000만 달러)보다 훨씬 싸다. 방위비는 물론 인명 손실 위험을 낮추는 무기인 셈이다. AI 드론, AI 탱크, AI 장거리포도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동화’ ‘효율’로 얻는 사회·경제적 이익은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 대형할인점에 무인계산대가 들어서면 기업 이윤은 늘지만 그만큼의 이득이 일자리나 공공이익으로 환류(還流)하는 건 아니다. 공장에 로봇, AI 등을 도입하면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는 사라지는데 그에 비례해 ‘덜 힘들고 안전한 일자리’가 같은 규모로 생기지는 않는다. AI를 장착한 무기 시스템은 ‘손쉬운 전쟁’ ‘무차별 살상’이라는 지옥의 문도 함께 연다.
물론 반론도 거세다. 새 일자리, 새 산업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진통을 과하게 부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세기 영국의 ‘적기 조례’(마차산업의 쇠락을 우려해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법률) 같은 시대착오적 규제가 튀어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조건’ 없이 ‘모두의 번영’을 보장하는 ‘착한 기술’은 없다. 중세 농업기술 혁명의 열매는 농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대다수는 오랫동안 기아(飢餓)에 시달렸다. 21세기 눈부신 기술 발달은 파괴적 기후위기를 못 본 체했다. 반복된 기후재앙은 사회와 문명의 아래층부터 공격한다. 공포에 찬 이들의 ‘분노 압력’이 커지고서야 재생에너지는 겨우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코앞에 AI가 다가왔다. AI는 세상의 모든 걸 바꿀 만큼 폭발적이다. 그동안 많은 기술이 일궈낸 변화와는 폭이나 깊이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그래서 다양한 목소리와 시선의 공유, 협력이 필요하다. 혁신이 모두의 번영에 복무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김찬희 산업1부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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