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바다가 육지라면?… “지구 평균 기온 약 50도 될 것”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열 91% 흡수
수온 오르자 해수면 상승 등 문제
온실기체 배출 감축 행동 나설 때
“바다가 육지라면 이별은 없었을 것을”. 가수 조미미(본명 조미자)씨가 1970년 발표한 ‘바다가 육지라면’이라는 가사의 일부로, 바다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 또는 연인을 만나기 힘들어 그리워하는 슬픔을 호소한 노래다. 이 질문을 기후변화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이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다가 육지라면 지구 기온은 어떻게 될까? 인간이 살만한 기온일까?”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올해 7월을 지낸 시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의문일 것이다. 물음에 답하기 위해 먼저 기후변화 관점에서 바다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인간이 주로 거주하는 공간인 육지와 그 위의 대기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바다를 고려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주로 큰 열함량 때문에 기후변화를 실제로 결정하는 조절자다. 즉 바다는 지구기후계를 이루는 수권, 기권, 생물권, 지권 중에서 기후변화가 얼마나 크고 빨리 일어나는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바다가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주요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기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 이산화탄소, 물, 열을 대기보다 훨씬 많이 포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바다가 포함한 전체 열함량은 대기의 약 1000배다. 바닷물은 비열이 대기의 4배이고, 전체 질량은 대기의 250배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에 존재하는 탄소의 90% 이상이 바다에 들어 있다. 따라서 지구기후계 사이에 일어나는 물, 탄소, 열의 순환 세기와 속도를 바다가 주로 결정하게 된다.
둘째 대기에서 흡수한 탄소, 열 등이 해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확산, 흐름 등의 여러 과정에 의해 해양 심층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만약 탄소, 열 등이 상층에만 머문다면 어느 정도 흡수한 뒤에 포화돼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옥상에 널어둔 빨래가 해가 쨍쨍하지만 바람이 없는 날보다 해가 약해도 바람이 어느 정도 불 때 잘 마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빨래에서 증발한 수증기를 바람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바람이 어느 정도 부는 날이 빨래가 더 잘 마르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열은 주로 바다로 흡수돼(91%) 수온 상승에 기여했으며, 육지를 덥히는 데 5%, 빙상과 빙하를 녹이는 데 3%가 사용됐고, 대기로는 1%만 흡수됐다. 바다 상층에서 흡수한 열은 심층으로 전달돼 심해를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계속 덥히고 팽창시킨다. 온실기체 배출이 감소하거나 멈추더라도 해수면이 장기간 상승할 것으로 여기는 근거다.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열의 대부분을 바다가 흡수하는 이유는 바다가 대기보다 더 많이 가열됐기 때문이 아니라 대기를 가열하는 것보다 바다를 가열하는 데 더 많은 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다에 흡수된 열은 표층 수온을 크게 높이고 심층으로 전달돼 심층에서도 수온이 높아진다.
바다가 온실기체 등에 의해 증가한 열의 91% 정도를 흡수하고 있지만, 해면수온 상승은 육지 지표기온 상승의 절반 정도다. 즉 19세기 후반에 비해 현재 육지 지표기온은 1.9℃ 정도 상승한 데 비해 바다는 0.9℃ 상승했다. 따라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은 지구의 71%가 바다로 덮여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1.2℃가 된다.
같은 논리로 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가 오르게 될 즈음에는 지표기온은 2.4℃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육지에 주로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전 지구 평균온도가 아니라 지표기온이 영향을 주므로 전 지구 평균온도만을 고려하면 지구온난화가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게 됨을 의미한다.
바다 온난화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열대저기압이 더 많은 에너지를 받게 돼 점점 더 빨리 강해지고 있다. 둘째, 더 따뜻한 바다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하므로 지구 평균적으로는 강우량이 증가한다. 문제는 증가한 강우량 때문에 가뭄이 줄어들기보다는 집중호우 등으로 홍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의 능력이 감소될 것이다. 현재 바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흡수하고 있지만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율이 줄어들 것이다. 넷째, 바다 온난화로 해양 생태계는 산호 백화, 종다양성 감소, 수산 자원 감소 등 심각한 재앙을 겪고 있다. 다섯째, 바닷물은 수온이 올라가면 팽창하는데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수면은 주로 두 가지 과정으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상승하게 된다. 첫째, 수온이 올라가면 바닷물이 팽창하는데, 바다 수심이 수천 m임을 감안하면 아주 작은 비율의 팽창으로도 해수면이 몇 m나 상승할 수 있다. 둘째, 육지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 해수면이 상승한다. 육지 얼음이 다 녹는다면 약 2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65m 정도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해수면 상승은 앞으로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3년 이후 해수면 상승에 바다 열팽창이 42%, 육지 빙하 녹음이 21%, 그린란드 빙상이 15%, 남극 빙상이 8% 기여했다.
바다가 육지라면 지구 기온은 어떻게 될까? 지구기후계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다양한 영향과 불확실성이 있지만, 바다가 흡수한 열이 모두 대기를 덥히는 데 사용된다면 지구 기온이 약 50℃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을까?
바다가 있어 우리 인류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 활동으로 초래된 온도 상승과 그에 따른 피해를 상당히 완화시켜왔다. 우리가 무분별한 활동을 이어간다면 바다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 혜택을 인간이 계속 누리게 두지 않을 것이다. 온실기체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구가 제공하는 자원을 아끼는 등 행동에 모두가 나설 때다. 이미 늦었다고 하지만, 기후연구의 권위자인 독일 스테판 람스토르프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나도 이에 동조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기억하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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