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하인리히 법칙이 주는 법집행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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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이란 책에서 산재 사례에서 나타나는 통계적 법칙을 제시했다.
산재로 사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발생하고, 유사한 원인으로 부상을 입을 수 있었던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질서의 붕괴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고 이를 예방해 오늘도 하인리히 법칙이 현실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실한 법집행자들의 수고를 새삼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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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이란 책에서 산재 사례에서 나타나는 통계적 법칙을 제시했다. 산재로 사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발생하고, 유사한 원인으로 부상을 입을 수 있었던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사상자 사고, 경상자수, 잠재적 부상자가 1대 29대 300의 비율을 갖는다는 것을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르게 됐다. 즉, 큰 사고는 아무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전에 이를 예고하는 경미한 사고가 반복해 발생하고 여러 차례의 전조가 있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사후적으로 잘 수습하고 처리하는 것보다는 비록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사고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사람들은 오히려 사고 방지를 위한 평소의 성실하고 숨은 노력보다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그 처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더 역동적이고 감동적으로 느끼는 착시현상에 쉽게 빠진다.
예를 들어 야구의 내야 수비 장면을 생각해 보자. 우리를 늘 감탄케 하는 장면은 번개처럼 빠져나가는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멋지게 잡아낸 후 재빨리 몸을 일으켜 1루로 송구해 주자를 아웃시키는 장면이다. 그러나 사실 최고의 내야수는 상대 선수의 타격폼과 타구 유형을 미리 잘 공부하고 내야 땅볼의 방향과 속도에 맞춰 빠른 발동작으로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포구와 송구를 통해 1루에서 주자를 아웃시키는 선수다. 굳이 ‘눈에 띄는’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도 기민하게 대응해 안타 확률을 낮추는 선수가 훌륭한 내야수다. 그러나 우리는 묵묵히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선수보다는 멋진 동작을 펼치는 선수를 더 좋게 평가하는 착시현상에 지배된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건설 및 시위 현장에서의 폭력과 무질서, 마약 범죄, 은둔형 외톨이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뿐 아니라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및 폭행 등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노조의 이해, 범죄자의 권리, 학생의 권익 등 언뜻 인권 보호에 대해 인도주의적 배려를 하는 것에 편향돼 그 반대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대비와 배려를 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성실한 법집행과 판사의 엄정한 판결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화려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만과 불평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사소한 것일지라도 법집행 원칙이 하나씩 무시될 때 한 사회의 기본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오늘도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 일선 현장에서 교통 위반을 감시하고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경찰과 검찰 같은 법집행 담당자의 수고를 쉽게 잊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이런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너무 너그러운 것은 아닌지 전반적으로 사법 시스템을 돌아봐야 할 때다. 우리는 혹시 역전승, 버저비터, 막판 추월 등과 같은 짜릿한 장면에 너무 길들여지지는 않았는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한 어머니의 부지런함을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늘 그 자리에 배경화면처럼 있어 와서 사회 곳곳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일꾼들을 우리는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 사회질서의 붕괴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고 이를 예방해 오늘도 하인리히 법칙이 현실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실한 법집행자들의 수고를 새삼 생각해 볼 때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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