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은 학생인권조례, 정상 교육·교권 침해하는 걸림돌

임보혁,최경식 2023. 9. 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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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 캠페인] <9> 학생인권조례·NAP의 폐해
학부모단체 소속 회원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입구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 폐지 전면폐지 촉구 시민대회’에서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제공


2017년 일이다.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한 중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학생의 거짓 증언 등이 밝혀지며 해당 교사는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이 과정에서 담당 교육청과 산하 인권센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센터 등은 적법 절차를 따랐다고 주장했지만, 유가족 측은 센터 측의 무리한 조사를 극단적 선택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교육 분야의 차금법’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개정 내지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교계와 시민단체는 이 사건을 학생인권조례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 사례로 꼽는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설치된 학생인권센터나 학생인권옹호관에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와 마찰을 빚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계와 시민단체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시작한 2010년 초반부터 일찌감치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인권 보호에만 과도하게 매몰돼 교권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유, 그리고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2017년 사건처럼 학생인권조례가 교사가 학생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조사·징계’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지영준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는 11일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제1항은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달리 말해 ‘교직원’에 대해서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학생인권조례는 사인인 교사에게 직접적인 의무를 부과한다”며 “나아가 교사에 대한 조사·징계 권고 등 제재 수단을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동성애 옹호 넘어 ‘조장’ 우려 커

무엇보다 ‘학생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조항이 동성애 옹호를 넘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시각이 있다. 성 문제와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통과하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동성애에 관한 비판적인 정보를 제공할 기회를 막고, 그저 인권과 자유라는 명목 하에 동성애를 용인하는 교육만 가능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 시민단체 전문가는 “성별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거나, 동성애 등을 정상적인 성적지향이라고 보는 이른바 ‘젠더 이데올로기’를 가르치는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문제”라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잘못된 성행위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에 걸릴까 우려해 예방 교육을 받기 원한다. 하지만 교육 당국자들은 여기에 혐오 프레임을 씌워 비난한다”고 비판했다.

헌법상 학생들의 기본권 행사능력이 제한된다는 주장도 있다. 미성년인 학생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해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학생들의 인권 또는 권리를 적극 행사하는 데 주안점을 둔 학생인권조례는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부모 등의 교양권을 보장하는 다른 법령과 충돌된다고 지적한다.

지 변호사는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에 근거한다고 밝히나, 이 협약을 보면 미성년자가 특별한 보호와 원조를 받을 권리로 생명·성명권과 국적취득권,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 등 만을 열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제도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국 뉴욕시의 ‘학생권리장전’처럼 정부 차원에서 학생의 권리 책임 의무, 교권 존중에 관한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넣은 ‘교육권리장전’을 새롭게 만들자는 제안이다.

국가인권기본계획의 ‘두 얼굴’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은 인권의 법적 보호 강화와 제도적 실천 증진을 목표로 하는 5개년 단위의 범국가적 종합계획이다. 1993년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 ‘빈 선언 및 행동계획’에 따라 각국에 NAP 수립이 권고된 것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2007년, 2012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수립·시행해 왔다.

NAP를 반대하는 측은 NAP에 “차별금지법(차금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 동성애자의 인권을 개선하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담겨있다고 보고 경계한다. 대표적으로 양성평등이 아닌 다양한 성을 인정하는 성 평등 교육의 확대 및 관련 문화 확산, 낙태 합법화와 관련된 재생산권의 실질적 보장, 가족 개념을 ‘다양한 가족’의 개념으로 확대해 동성결혼 등을 인정하고 이를 옹호하는 정책의 수립 등이다.

지난해 제3차 NAP가 종료됨에 따라 인권위는 최근 정부에 4차 NAP를 조속히 세워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정부는 법무부 주최로 지난해부터 지난달 29일까지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수립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진평연 집행위원장 길원평 한동대 교수는 “공청회의 발제자나 토론자 등 구성자 중 차금법에 반대하는 인사는 1명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모두 차금법 지지자 또는 다른 분야 인사로 채워져 편파적이다”고 지적했다.

임보혁 최경식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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