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산 분뇨 처리도 이젠 선진국 수준으로

2023. 9. 1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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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가축 사육 형태가 집단화·대규모화하면서 농가당 가축 분뇨 발생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수질 오염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가축 분뇨 악취 및 수질 오염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내 축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가축 분뇨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정부는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가축 분뇨 처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 개방형 시설은 악취 막는 데 한계
비용 들어도 오래가는 시설이 답
농축협 시설부터 전환 서둘러야

시론

매년 약 5000만t의 가축 분뇨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부분 퇴비나 액체비료(액비)로 자원화하고 일부는 정화해 방류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75%가 퇴비, 12%가 액비, 13%가 정화 방류됐다. 주체별로 보면 52%는 축산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했고, 48%는 전문 처리업체나 시설에서 위탁처리됐다.

가축 분뇨 대부분이 이제는 시설에서 처리되는 추세지만, 악취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개방형 시설에서 가축 분뇨를 처리하다 보니 악취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축산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전문성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치 초기에는 잘 가동되더라도 시설의 내구성이 떨어져 시간이 지나면서 악취 제어가 되지 않는 부실이 늘어난다.

예산 투자 대비 효과가 낮다 보니 가축 분뇨 처리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이 지역의 ‘이권 카르텔’에 노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감사원이 1677개 가축 분뇨 자원화 시설의 설계·시공 실태를 점검했더니 무자격 업체가 설계하거나 시공한 비율이 각각 21.7%와 28.1%였다.

환경부의 악취 민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악취 민원 2만3511건 중 축산 부문이 1만3616건으로 57.9%를 차지했다. 전국 곳곳에서 가축 분뇨 악취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축산법을 개정해 올해 6월부터 축산 농가는 밀폐형 축사, 악취 저감 장비 및 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가축 분뇨 처리 시설에 대해서는 밀폐형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가축 분뇨 처리 시설은 지역 주민들에게 최악의 기피 시설이 됐다. 충북의 한 지자체는 428억원의 예산을 들여 하루 200t 규모의 처리 시설을 짓는 데 10억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데도 후보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지자체에는 국비 15억원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민간 퇴비화 업체가 있는데 주변 지역 주민들이 악취와 침출수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비가 들어간 시설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이 믿지 못하고 무조건 들어서지 못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비용이 들더라도 내구성이 강한 밀폐형 시설을 기본으로 해서 악취를 완전하게 제어하고, 고품질 퇴비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농경지 면적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한 양분 총량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에 저급의 퇴비나 액비는 점점 뿌릴 곳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농민들이 선호하는 경쟁력 있는 고품질 퇴비를 생산할 수 있어야 시설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개별 축산 농가에 맡기기보다는 공공성을 가진 전문기관에서 대용량의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규모 민간 시설이 전국에 산재할 경우 감시와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축 분뇨 자원화 시설의 명품화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 돈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이겠지만, 시설이 곧 노후화·부실화한다면 투자 효과는 떨어지고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 정부는 가축 분뇨 공동 퇴비·액비화 시설에 대해 규모에 따라 t당 4600만~8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획일적인 지원 방식이 오히려 부실한 시설을 양산할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다. t당 2억원이 들어가더라도 50년을 갈 수 있는 검증된 명품 시설이 낫다. 우리도 이제 국격에 맞는 명품 자원화 시설을 늘려 국민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공공시설을 늘리거나 농축협이 운영하는 노후화한 퇴비화 시설만이라도 우선 명품 시설로 전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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