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화웨이 미스터리
미국의 5G칩 제재를 화웨이가 3년 만에 돌파하며 7나노칩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중국에 기술 규제 고삐를 조이던 미국이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다. 그런데 사안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화웨이는 7나노칩 개발에 성공한 건가. 화웨이 공식 홈페이지에는 ‘Mate 60pro’ 칩 프로세서에 대한 설명이 한 줄도 없다. 기술 자립을 과시할만한 반도체 제조사 중국 SMIC의 발표도 전무하다. 되려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가 나서 “SMIC 반도체 ‘기린 9000s’의 증거를 발견했으며 측정 결과 14나노보다 진보했지만 5나노보다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화웨이의 전략이었을까. 서방이 먼저 7나노 수준이라고 인정한 셈이 됐다.
그런데 꼭 그렇게 보기만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규제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중국이 예전 장비인 DUV 노광장비로 여러 번 패턴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반도체 전문가인 양 루이닌은 “DUV는 파장이 더 긴 자외선으로 된 두꺼운 펜이고, EUV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의 훨씬 얇은 펜”이라며 “TSMC의 세밀한 붓터치에 비할 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7나노 개발은 성공했지만 상당히 거친 방식을 썼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공정이 많을수록 결함률이 높아진다. SMIC 7나노칩 수율은 동일한 TSMC 대비 약 20~50%에 불과하다. SMIC의 칩 제조단가는 2~5배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납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8일 베이징 시내 화웨이 매장을 방문해보니 메이트60을 사러 온 고객들은 전부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지금 예약해도 최소 2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해명을 들었다. 지난 8일 화웨이가 최신 폴더블폰 ‘Mate X5’를 출시했지만 역시 예약만 가능하다.
화웨이의 신제품 발표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이뤄졌다. 기술력 과시였겠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미국이 네덜란드 ASML사에 구형 DUV 노광기의 중국 수출까지 제한하도록 했고 SMIC의 미국 기술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도 시작된다. 이런 상황을 중국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7나노 수준을 넘어설 수 있었던 건 SMIC가 지난 2020년 TSMC 기술이사였던 량멍송의 스카우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세를 고려하고도 화웨이와 SMIC에 또 다른 복안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도광양회’(어둠에 숨어 때를 기다림)는 필요 없다는 중국의 대단한 자신감인가.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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