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영화평론가의 퇴장
지난봄, 뉴욕타임스의 저명 영화평론가 A O 스콧(사진)이 영화 평론을 그만두고 뉴욕타임스 북리뷰 잡지로 옮기겠다고 선언해서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영화평론가들이 설 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 평론가들과 달리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젊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그저 블로거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프로급의 실력으로 영화 속 장면을 편집·분석하는 영상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글로는 따라올 수 없는 영상의 흡입력으로 기존 평론가들을 위협한다.
이들이 과연 평론가이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예전처럼 영화를 분석·평가하기보다 팬들의 입장에서 영화의 장점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영화 자체를 열심히 홍보해주는 이들이 훨씬 더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홍보비를 받고 활동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들은 영화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할리우드에서는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가 균형을 이뤘지만 디즈니가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다르다. 새로운 작품보다 과거 흥행작 시리즈가 스크린을 장악하고, 또 거대한 팬덤을 이끌어 간다. 이런 영화 관객들은 예전 같은 평론을 원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평론할 만한 진지한 영화도 점점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빼어난 감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갖춘 평론가들의 입지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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