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24승, 테니스의 왕
‘논란의 여지 없는 테니스의 왕(undisputed king of tennis).’
AFP는 11일(한국시간) 메이저 대회 2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노박 조코비치(36·세계랭킹 1위·세르비아)를 이렇게 표현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세계 3위·러시아)를 3시간 16분 만에 3-0(6-3, 7-6〈7-5〉, 6-3)으로 완파했다.
조코비치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US오픈 정상(통산 4회)에 섰다. 우승 상금은 300만 달러(약 40억원). 2년 전인 2021년 US오픈 결승에서 메드베데프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 역대 전적에서도 10승5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조코비치는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개인 통산 24번째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상 이 부문 신기록이다. 1960~70년대 활약한 여자 테니스 레전드 마거릿 코트(81·호주)도 24승을 올렸지만,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이후인 1968년부터 쌓은 메이저 우승 횟수는 11회에 그친다. 1968년 이후만 따지면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2·미국·은퇴)가 23승을 거둬 조코비치의 뒤를 따른다.
조코비치는 2년 만에 US오픈 코트를 밟았다.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았던 그는 미국 방역 당국이 백신 미접종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하면서 지난해 US오픈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2년 만의 복귀전 우승으로 자존심을 세운 조코비치는 시상식에서 “7세 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돼서 언젠가 윔블던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24차례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36세의 조코비치(1987년 5월생)는 US오픈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도 세웠다. 이전까지 US오픈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70년 켄 로즈월(호주)의 35세였다. 조코비치는 또 올해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3개 대회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에 이어 이날 US오픈을 휩쓸었고, 지난 7월 윔블던에서만 준우승했다. 조코비치가 한 해에 3개 메이저 대회를 휩쓴 것은 2011년과 2015년, 2021년에 이어 올해가 네 번째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라이벌 라파엘 나달(37·스페인·세계 139위),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와 벌이고 있는 남자 테니스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조코비치는 특히 30세 이후인 2017년부터 12개의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날 우승으로 2위 나달과의 격차를 2승으로 벌린 조코비치는 사실상 GOAT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금까지 호주오픈 10회, 윔블던 7회, US오픈 4회, 프랑스오픈 3회 우승을 차지했다.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3차례 이상 우승한 선수는 조코비치가 유일하다. 페더러는 프랑스오픈에서 1승에 그쳤다. 나달은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각각 2승을 기록했다. 역대 세계 1위 기간에서도 조코비치는 390주로 최장 기록을 갖고 있다. 페더러가 310주, 나달은 209주 동안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조코비치는 “나는 36세다. 메이저 대회에 나설 때마다 ‘이번이 은퇴 무대’라는 마음으로 출전한다. 앞으로 출전하는 모든 메이저 대회는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시상식에 숫자 ‘24’가 적힌 재킷 안에 ‘맘바 포레버’(Mamba Forever)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24’는 조코비치의 메이저 우승 횟수를 의미하는 동시에 2020년 헬기 사고로 숨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등 번호다. ‘맘바’는 코비의 애칭이다. 조코비치는 “코비는 내가 가장 의지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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