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1년 만에, 완봉승 실종사태

배영은 2023. 9.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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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뷰캐넌이 지난 7월 13일 광주 KIA 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이날 뷰캐넌의 9이닝 1실점 완투승이 올해 KBO에서 나온 유일한 완투승이다. [연합뉴스]

프로야구에 완봉승이 사라졌다. 11일까지 올 시즌 일정의 약 83%(720경기 중 597경기)를 소화했지만, 아직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한 명도 없다.

투수 한 명이 경기를 홀로 책임지면서 무실점으로 승리하는 ‘완봉승’은 선발투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기록 중 하나다. 그러나 올 시즌엔 9이닝을 꽉 채운 ‘완투’도 단 한 명만 해냈다.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뷰캐넌이 7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기록한 9이닝 1실점 완투승이 유일하다. 자칫하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로 ‘무 완봉승 시즌’이 탄생할 위기다.

완투형 에이스들이 리그를 주름잡았던 1980~1990년대에는 매년 수십 차례의 완봉승이 쏟아졌다. 1993년 56회로 정점을 찍었고, 1986년에도 50번의 완봉승이 나왔다. 구단 수와 경기 수가 지금보다 적었는데도 완봉승 40회를 넘긴 해가 10시즌(1983·1986~1988·1990~1995년)이나 된다.

다만 1996년(37회)을 끝으로 완봉승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9년(11회) 이후로는 한 번도 20회를 넘기지 못했고, 2005년(8회) 처음으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매년 최소 3명(2018·2022년) 이상의 투수가 완봉승을 거둬 KBO리그 선발 투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2015년과 2019년에는 완봉승 횟수가 두 자릿수대로 반등하면서 반짝 풍년을 누렸다.

2015년에는 에스밀 로저스(한화 이글스·3회)를 포함해 9명이 완봉승 기록을 남겼다. 외국인 투수가 5명, 국내 투수가 4명이었다. 2019년에도 외국인 투수 5명과 국내 투수 6명이 완봉승에 성공했다. 양현종(KIA)이 유일하게 두 차례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도 없다. 올 시즌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를 독점하고 있는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도 아웃 카운트 두 개를 남기고 실패했다. 지난 10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9회 완봉승에 도전하다가 1사 1루에서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최종 성적은 8과 3분의 1이닝 1실점이 됐다.

8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도 9회 교체돼 완봉승을 놓친 투수도 적지 않다. KT 위즈 고영표는 지난달 1일 수원 SSG 랜더스전에서 8회까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해 3년 연속 완봉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투구 수가 97개로 100개에 가까워져 9회 등판을 포기했다.

한화 문동주도 6월 25일 창원 NC전에서 8회까지 공 90개를 던지며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부상 이력이 있는 문동주가 일주일 동안 15이닝(177구)을 소화한 뒤였기에 코칭스태프는 그를 보호하기로 했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 연도별 완봉승


이밖에도 문승원(SSG 랜더스·4월 12일 삼성전), 아도니스 메디나(KIA·4월 26일 NC전), 나균안(롯데·4월 27일 한화전), 양현종(5월 9일 SSG전), 리카르도 산체스(한화·6월 10일 LG 트윈스전), 안우진(키움 히어로즈·6월 22일 삼성전, 7월 27일 한화전) 등이 남은 아웃 카운트 3개를 채우지 않고 8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KBO리그 최다 완봉승 2위(20회)에 올라 있는 정민철 해설위원은 “국내 투수들의 볼넷 허용이 많아진 게 (완봉승이 줄어든)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정 위원은 “적은 투구 수로 경기 후반까지 끌고 가야 완봉승이 가능하다. 그런데 볼넷 등으로 투구 수가 늘어나면 마지막까지 체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며 “완봉승을 110구 이내에서 해내야 다음 등판에 무리가 없다. 특히 부상 이력이 있는 투수라면 완봉승 기록을 위해 무리하기보다 몸을 먼저 보호하는 게 요즘 추세”라고 분석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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