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레전드 참브로타 "김민재와 못 뛰어 아쉬워, 나폴리 우승 '핵심'+최고의 수비수"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수비 축구 본고장 이탈리아의 두 레전드 잔루카 참브로타, 마시모 오도가 나폴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3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김민재를 극찬했다.
오는 10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인 '레전드 올스타전'에 앞서 한국을 찾은 잠브로타와 오도는 11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김민재는 수비수로서 최고"라고 입모아 말했다.
앞서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 축구 전문 매체 프랑스 풋볼은 지난 7일(한국시간) 2023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을 발표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이끈 김민재는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 선수로는 설기현, 박지성, 손흥민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지난해 손흥민에 이어 한국 선수가 2년 연속 발롱도르 후보가 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에 합류해 첫 시즌을 보낸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잡으면서 우승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시즌 총 52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정규리그에선 38경기 중 35경기를 전부 선발로 나서 나폴리가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르는 걸 도왔다.
프랑스 레키프는 "김민재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선정된 이유는 이번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기 전, 나폴리에서 보여준 공중에서의 운동 능력과 첫 번째 빌드업 능력으로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를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라며 김민재가 후보에 오른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김민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1년 전에는 유럽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했다. 유럽 5대리그 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 보다 강한 팀, 더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부호가 붙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처음에는 칼리두 쿨리발리가 첼시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영입으로 여겨졌으나 연일 빼어난 활약으로 나폴리 민심을 사로잡았고, 아예 쿨리발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가져갔다.
이적 첫 시즌이었음에도 적응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도약해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와 함께 나폴리 후방 수비를 든든히 책임졌다. 김민재는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 빠른 스피드, 준수한 빌드업 능력을 보여줬다.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당시 나폴리 감독 스타일에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수비수였다.
김민재는 리그 35 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30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에 불과했던 김민재는 완벽하게 그 공백을 지워버리며 1년 만에 이탈리아 무대를 정복했다. 강력한 공격수들도 김민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을 틀어막은 김민재는 수비 축구 본고장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데 이어 팀 동료 조반니 디 로렌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빅터 오시멘과 함께 올해의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민재의 활약은 축구계를 강타했다. 발롱도르 후보 선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발롱도로 최종 후보 30인 명단에도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고, 요슈코 그바르디올(크로아티아), 후벵 디아스(포르투갈·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수비수 포지션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통 공격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공격수, 그 다음 미드필더가 많은 주목을 받는 데다가 그바르디올은 월드컵에서의 활약, 디아스는 맨시티 트레블 핵심 멤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민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김민재는 나폴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다. 김민재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던 나폴리는 김민재를 영입할 당시 5000만 유로(약 714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했고, 이는 뮌헨이 쉽게 김민재를 데려갈 수 있는 원인이 됐다. 이탈리아 지역지 아레아나폴리는 "뮌헨 팬들은 헐값에 김민재를 영입한 것에 대해 환호하고 있다"면서 나폴리가 시장가치 6000만 유로(약 857억원) 이상으로 평가 받던 김민재를 쉽게 빼앗기고 말았다고 조명할 정도였다.
수비 축구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수비수로 오랫동안 활약했던 참브로타, 오도 역시 김민재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두 선수 모두 풀백 출신으로 이탈리아 축구계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지난 시즌 김민재의 활약에 엄지를 들어올렸다.
먼저 2006 독일 월드컵 이탈리아 우승 멤버이기도 한 참브로타는 "지난 시즌 나폴리가 리그에서 우승하는 데 있어서 핵심, 큰 열쇠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이탈리아 축구가 김민재를 놓쳤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보낸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재와 같이 뛰었다면 어땠을지 묻자 "내가 나이가 있어서 김민재와 함께 뛸 수 있는 행운은 얻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C SPAL 감독직을 맡으며 김민재의 활약을 두 눈으로 지켜본 오도 또한 "(김민재는) 수비수로서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극찬하면서 "불행하게도 함께 뛸 기회가 없었다. 나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있었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있었다면 만날 수 있었을 터라 정말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라싱시티그룹 코리아, 프랑스풋볼, 뮌헨,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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