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등으로도 안 들으니..." 속내 토로한 이재명, 꿈쩍 않는 용산

박소희 2023. 9. 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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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전혀 반응 없는 윤 대통령, 비난 쏟아내는 국힘, 포기한 민주당... 여권서도 우려

[박소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단식 12일차를 이어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말을 해도 속된 말로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 

11일 국회 본청 앞 천막, 12일째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만류하는 당 중진 의원들에게 말했다. 그는 "정권 관심이 오로지 폭력적인 권력 행사 그 자체에만 있고, 권력이 추구해야 될 핵심적인 과제인 민생이나 경제, 평화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이런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야당이 하는 일도 너무 제한적이다"라고 답답해했다. 12일째, 용산은 전혀 반응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너무나 이례적인 대통령의 침묵

역대 야당 정치인들의 단식사(史)를 살펴보면, 이례적이다. 1983년 가택연금 중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이해 언론 통제 전면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인사 복직, 정치활동 규제 해제,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개헌 등을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12일차에 접어들었을 때, 전두환 정권은 '가택연금 해제'를 제안하며 회유에 나섰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거절했고, 재야 인사들의 간곡한 만류 끝에 단식 23일째인 6월 10일 중단을 선언했다. 

1990년 10월 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각제 저지와 지방자치제 실시를 관철시키기 위한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3일째,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를 방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 8일 차에 입원하자 병문안도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요구사항이 타결되자 13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이듬해 기초의회를 시작으로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됐다.  

가까운 시기에는 2018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드루킹 댓글 사건 특검' 요구 단식이 있었다. 우원식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식 3일차에 폭행당한 김 원내대표의 병실을 찾았고, 단식 기간 중 새로 취임한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출 당일 곧바로 김 원내대표를 만났다. 결국 민주당은 드루킹 특검도 받아들였다.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를 외치며 삭발과 단식을 했을 때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연이어 그를 방문했다.

2023년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혀 이재명 대표를 만날 생각이 없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1일 의원총회 후 취재진의 관련 물음에 "인간적인 부분은 별도로 하고, 명분 없는 단식"이라며 오히려 "수사 방해용 단식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의 질문에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 잘 모르겠다"고 반문한 것을 빼면, 이 대표 단식 보다는 그의 수사 상황과 <뉴스타파>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사실상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2023년 9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믹타(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터키, 호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민주당은 "다 예상했다"고 말한다. 한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쪽은 대화할 줄 모르니까 어렵다"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일방적인 것을 넘어서서 1인 통치로 가고 있다"며 "본인에게는 무조건 손해"라고도 말했다. 다만 "우리가 좀더 지혜롭게 잘했냐, 못했냐 평가할 수는 있지만 무슨 다른 방식이 있겠나"라며 "세세한 전술과 전략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저쪽의 무리한 통치방식에 대해서 결기를 보여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고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탄핵 추진을 선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지난주 의총에서 '즉각 해임 안 하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가닥이 잡히지 않았나"라며 "여권은 대통령 개입 여부를 끊어내려고 빨리 장관을 물러나게 하는 건데, 빨리 특검으로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장관을 두고 특검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단식, 이종섭 장관 탄핵 등 민주당이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이재명은 나쁜 사람이고, 민주당은 결코 도와줄 세력이 아니다'란 확증편향에, 대선 당시의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어차피 협치할 생각이 없으니 총리를 비롯한 내각과 여당이 저렇게 이 대표를 조롱하고, 오히려 공격해서 죽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야권대로, 여권은 여권대로 '답답'

한 수도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 단식은 물론 이종섭 장관 탄핵 추진 역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여) 공격 수위를 높이려면 이종섭 장관 탄핵을 해야겠지만, 지금 개각 얘기가 나오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 발의하고 본회의 보고, 표결까지 하는 사이에 해치워버리면? 김 빠진다"며 "국민들한테 '이 사람 탄핵감인데 대통령이 도망시킨다'는 얘기는 할 수 있지만, 얼마 가면 (이슈화도) 끝나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어느 쪽으로도 길이 꽉 막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정국을 둘러싼 답답함은 여권에도 있다. 이정현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제가 당대표 시절에 단식을 해봤는데 진짜 위험하다. 7일째 되는 날 실려갔는데 보니까 장기 괴사가 시작됐다"며 "(국민의힘도) 진심으로, 마음으로 건강을 걱정해줘야 한다. 그게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좀 여당답게 상대방(야당)을 파트너로, 경쟁자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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