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뜨거운 ‘테마주 열풍’… 거래대금 2년 만에 최고치

김준희 2023. 9. 1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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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조원 넘어… 8월에도 활황
거래대금 늘며 수수료 수익 짭짤
증권사들 하반기 실적 전망 맑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이차전지로 시작된 테마주 광풍이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주식 거래대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려는 증권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리뉴얼, 이벤트 등으로 고객 모시기에 나선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제2의 에코프로를 찾아서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27조17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4월 말 드러난 라덕연 일당 등의 대규모 주가조작 사태 이후 위축됐던 투자 심리는 지수 반등과 함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14조1902억원에 달했다. 이차전지 투자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4월 평균 거래대금(12조5905억원)보다 높았다. 8월 일평균 거래대금도 10조8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6조6458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 새 4조원 이상 늘었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도 7월과 8월 각각 12조8272억원, 12조12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26일에는 하루 거래대금만 26조4812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에코프로, 레인보우로보틱스, 루닛 등 테마주 열풍을 이끌었던 종목이 거래대금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대금 증가로 상반기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사 2분기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주식 거래대금 급증으로 증권사들의 수탁 수수료가 전분기(1조3576억원)보다 9.8% 증가한 1조490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브로커리지 1위인 키움증권은 수탁 수수료로만으로 3382억원을 벌어들이며 가장 높은 순이익 상승률을 보였다.

투자 심리 개선에 힘입어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뿐 아니라 소리소문 없이 안정적으로 실적을 받쳐주는 브로커리지 관련 손익에 대해서도 주목할 시점”이라며 “투자자 예탁금 평균잔고도 2분기 9% 증가에 이어 3분기 들어서도 53조원대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3% 개선됐다”고 말했다.

점유율 확대 나선 증권사

주식 매매를 위한 MTS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홈트레이딩서비스(HTS)보단 ‘MZ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MTS 리뉴얼이 한창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MTS를 리뉴얼한데 이어 올해는 신한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새로 단장했다.

공통적인 특징은 전보다 이해하기 쉽고 간편해졌다는 점이다. 투자 정보를 그림과 차트로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맞춤형 자산관리로 투자 성향을 고려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생인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직관적인 MTS로 MZ 고객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존 증권사들도 간편하고 쉬운 MTS로 돌아서고 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서학개미가 늘면서 해외주식 수수료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 국내 26개 증권사의 평균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수익은 약 141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137억원)와 비교해 2.9%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가장 많은 수수료 수익(733억원)을 얻었다. 가장 크게 성장한 곳은 올 상반기 338억원을 벌어들이며 전년 동기 대비 148.53% 증가한 토스증권이었다.

“증시 불안정성 유의해야”

올해는 일본에 대한 투자 수요까지 늘면서 일학개미 투심을 잡으려는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연말까지 ‘일본주식 온라인 매수수수료 ZERO’ 이벤트를 실시한다. 온라인 매수 수수료는 무료이며, 엔화 환전 수수료는 95%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유안타증권도 이달 일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며 연말까지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증권 계좌를 이용하는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고객예탁금 이용료란 투자자가 계좌에 예치한 현금성 자산에 대해 증권사가 지급하는 이자료다. 그동안 증권사별로 내부 기준에 따라 지급해왔는데, 금리 인상분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증권업계 논의를 거친 개선 방안이 올해 하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7일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0.25%에서 0.8% 포인트 올린 1.0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1%대 예탁금 이용료율을 제공한 증권사는 10대 증권사 중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2곳뿐이었다.

주식 거래가 늘면서 증권사들은 손님맞이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양도세를 피하려는 ‘큰손’들의 증시 탈출 시기가 앞당겨진 데다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 전망을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증시 불안정성이 커지고 주도주가 바뀌는 등 환경 변화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한 관계자는 “테마주 종목 장세였던 올해는 조금만 갖고 있어도 크게 오른 종목들이 많아서 큰손들이 9~10월 중에 정리(현금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변동성이 그만큼 커지는 만큼 기존 강세주에 투자하려는 개미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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