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공세 강화한 일본, 독도 예산 삭감한 한국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2023. 9.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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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심상치 않은 일본의 움직임... 우리 정부는 뭐하고 있나

[김종성 기자]

 지난 8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에서 시민들이 독도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양보가 계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공세는 날로 강해지고 있다. 독도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일본 정부가 독도와 센카쿠열도·쿠릴열도가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홍보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3억 엔(약 27억 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배정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10일 자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지난 10일 자 <요미우리 신문>에는 <'센카쿠·다케시마, 영토 정보의 발언 강화... 정부, 해외 지식인들에게 적극 제공'>이란 기사가 실렸다. 독도에 대한 공세를 예년 수준보다 높이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기사다.

이에 비해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독도 수호 예산을 삭감했다. 지난 3일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2024년도 동북아역사재단 지원사업 예산 현황'에 따르면, 일본 역사 왜곡에 대응하라고 이 재단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 20억여 원에서 내년도 5억여 원으로 삭감됐다. 독도수호 예산도 올해 5억 1700만원에서 내년도 3억 8800만원으로 깎였다.

윤석열 정부는 독도 방위를 위한 동해영토 수호훈련도 축소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의 수준도 떨어트렸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2월 22일에는 일본의 행동을 '부질없는 도발', '부당한 억지 주장'으로 비판한 반면, 금년 2월 22일에는 '부당한 주장'으로 낮춰 표현했다.

호시탐탐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노리는 일본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28일 발표한 2023년 판 방위백서에서 '2013년 이후 주변국의 군사동향'이라는 제목의 지도상 독도 위치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공침범(2019)'(빨간 동그라미)이라는 설명과 함께 러시아 항공기를 그려 넣었다. 일본은 지난 2019년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때 자위대 군용기를 긴급 발진하면서 자국 영해가 침범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공세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에는 <국가안전보장전략> 문서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의 영유권"을 운운하며 '의연하고 끈질기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일본은 예전에는 '조선왕조가 방치해서 주인 없는 땅이 된 독도를 우리가 합법적으로 점유했다'는 무주지 선점 논리를 많이 주장했다. 그랬던 일본이 지금은 '원래부터 우리 고유의 영토'였다고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전략> 문서는 그런 경향을 반영한다.

금년 3월 28일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로도 나타났듯이, 일본 정부는 그런 거짓 주장을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4월 11일 공개된 <외교청서 2023>과 7월 28일 발간된 <2023년도 방위백서>에서도 확인됐다. 내년도 독도 홍보를 강화한다는 10일 자 일본 보도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나왔다.

일본이 '다케시마는 일본 땅'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우호적인 세계 여론을 조성해 한국을 압박하는 한편, 이 문제를 어떻게든 국제사법재판소에 갖고 가기 위해서다. 어떤 맥락 속에서 일본이 이런 전략을 채택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7년 7월 23일 자 <동아일보> 2면 우상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본은 해방 직후부터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을 전범국으로 대하던 미국이 소련·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을 동맹국으로 대하기 시작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일본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한국전쟁 중인 1952년 7월 26일 '군용시설과 구역에 관한 협정'을 미국과 체결했다. 독도를 미군 훈련장으로 제공하는 협정이었다. 독도를 한국과 떼어놓을 목적으로 그런 협정까지 체결했던 것이다. 미국이 이 협정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일본에 얼마나 큰 힘이 됐을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독도에 관한 미일 협조가 강화되던 때에 벌어진 사건이 1948년 6월 8일, 1952년 9월 15일 및 22일의 독도 폭격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 땅으로 주장하며 미국에 도움을 호소하던 시기에 미군 비행기가 독도에 출현해 섬을 폭격하고 한국인들을 학살한 뒤 일본 쪽으로 돌아가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 압박이 있었는데도, 한국인들은 독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드는데도, 한국인들은 독도에 관해선 미국의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그 시절에도 미군의 독도 폭격에 담긴 함의를 무시해버렸던 것이다. 독도 수호에 대한 현대 한국인들의 의지가 조선 후기 안용복에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런 일이 있은 뒤에 일본이 크게 부각시킨 카드가 있다. 국제 재판으로 시비를 가려보자는 제안이 그것이다. 1954년 9월 27일 자 <동아일보> 기사 '국제 제소란 해괴'는 "일본 정부는 25일 정식으로 주일 김 공사에게 독도 문제를 국제 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제의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독도를 미군 훈련장으로 제공하고, 독도가 미군의 폭격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 시점에 일본이 국제 재판을 제안했다. 이 모습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어이없게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해괴"라는 표현이 기사 제목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인들이 전투기 폭격을 받고도 독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을 지켜봤다. 그런 뒤 국제 재판 카드를 부각시켰다. 이는 전투기 폭격에 뒤지지 않는 위력을 국제 재판에서 발견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무력 행사 못지않은 결과를 국제 재판에서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진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1962년 5월 15일 자 <경향신문> 1면 하단 기사는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된다면 99.9% 이길 자신이 있다"는 일본 법관의 14일자 발언을 소개한 뒤 "일본 최고재판소장 요꼬다 기사부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다짐하였다"고 보도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장이 '재판에만 가면 우리가 99% 이긴다'는 발언을 했다. 독도의 실제 주인이 누구이든 관계없이 국제재판에만 가면 이길 수 있다는 일본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국제적 역학 구도가 자국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일본인들의 확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1961년 5·16 쿠데타는 일본인들에게 한층 더한 자신감을 주었다. 박정희 정권이 국제 재판에 동의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역시 이것저것 양보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재판으로 진실을 가려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있었던 일본의 독도 도발을 정리한 1964년 2월 8일 자 <동아일보> 1면 좌단 기사는 일본 측이 1962년 12월에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에게 독도 공유를 제안한 사실과 1963년 12월에 박정희 대통령에게 국제 재판 제소에 대한 동의를 요구한 사실을 소개했다. 1964년과 1965년에 한국 국민들이 거국적으로 저항해 박 정권이 대일관계에서 움츠러들지 않았다면, 그 뒤 독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방적인 양보나 굴욕외교는 윤석열 정권 역시 박정희 정권에 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제 재판의 성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시다 내각이 다케시마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그런 면에서 심상치 않다.

독도 대신 홍범도... 무책임한 정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정상회의장인 바라트 만다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산케이신문> 온라인판인 지난 5월 31일 자 <산케이뉴스> 기사 '일한의련, 스가 요시히데 새 회장으로 거듭날까'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윤씨가 대통령 하는 동안에 '일한'의 과제로서 개선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임기 내에 현안을 전부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민당 내에서 회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사다.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 국제 재판을 열고 거기서 승소하게 되면, 일본은 독도 영유권 이외의 다른 데서도 중대한 성과물을 함께 얻게 된다. 무주지 선점 논리가 아니라 고유 영토설로 승소할 경우, '일본은 가해자이고 한국은 피해자'라는 그간의 공식이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승소하면, 일본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강점해 왔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도리어 과거사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국제 재판에서 승소하게 되면, 독도를 재차 강점할 기회와 더불어 이런 결과물도 덤으로 얻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독도 홍보전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수시로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태평한 모습을 보이며 엉뚱하게도 홍범도 공격에 몰입돼 있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가져올 파국적 결과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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