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6년, 황운하 5년 구형…4년 끈 ‘울산 선거개입’ 재판 마무리 수순
검찰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징역 6년,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로써 4년 가까이 이어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1심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경‧허경무‧김정곤)는 11일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 15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사건의 마지막 공판기일을 열었다. 2020년 1월 29일 기소 이후 약 3년 7개월, 2021년 5월 10일 첫 재판 이후 약 2년 4개월만이다. 선고는 11월 29일에 내려진다.
2018년 울산 선거 직전 ‘허위 첩보’로 수사 의혹
이 사건은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당시 울산시장이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재선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혐의에 관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송철호 캠프의 송병기 전 부시장이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과 공모해 김기현 당시 시장 측근에 관한 허위 첩보를 만든 뒤 수사에 착수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기소했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다른 후보의 출마를 막고 선거 공약 작성을 돕는 등 혐의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시 청와대 문해주·장환석 행정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울산시청 관계자 5명도 함께 기소했다.
“유례없는 관권선거, 벼슬길 욕심 채운 양두구육” 송철호 6년 구형
검찰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 대해 “경찰 공권력을 악용해 선거의 공정성·형평성을 해친 유례없는 관권 선거”라며, 청와대 등과 공모해 공공병원 설립 공약을 내세웠으나 실현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겉으로는 지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벼슬길 욕심만 채운 양두구육의 모습을 보였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황운하 의원에 대해선 “김기현 표적수사를 주도한 뒤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자리에도 올랐다”며 “특정 집단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남용하고, 형사사법체계 신뢰를 저해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징역 4년, 직권남용에 대해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징역 3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비서관에겐 징역 1년6개월이 구형됐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제가 유리해지기 위해 남을 밀고하는 야비한 삶을 살지 않았다”며 “허위 첩보 수사를 공모했다는 6인의 실체는 없고, 황운하 당시 청장을 만난 건 공개된 식당 자리에서 산삼주에 대해 한가로운 얘기나 하고 헤어진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황운하 의원은 “이 사건 재판을 받으며 ‘수사권 조정 이후 인적 쇄신을 안했더라면 이렇게 재판받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회한이 들었다”며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입고,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을 떠나면서 퇴임식도 못 가졌다, 믿고 따른 경찰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단 걸 증명하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6개월 원칙인 선거법 사건, 4년 걸린 이유는
2020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황운하·한병도 의원은 내년 5월 임기 만료까지 약 9개월을 남겨두고 있다. 연내에 선고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항소심, 상고심까지 갈 공산이 크다. 국회의원 임기를 다 끝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르면 선거법 사건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한다. 하지만 이 재판은 선고까지 약 4년여가 걸렸다. 피고인이 15명인데다, 각 피고인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공판준비기일만 여섯 차례 진행하는 등 기본적인 진행에도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국회의원 임기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선고를 늦게 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명수 대법원 하에서 정치인 관련 사건의 고질적 재판 지연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판 초기 ‘피고인들이 신변상의 이유로 출석을 하지 않는다’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해주지 않는다’며 입씨름을 하며 여러 기일이 지난 데 대해 형사사건 전문 한 변호사는 “피고인 측에서 열람·등사 등을 문제삼으며 준비 단계부터 지연 시도를 하더라도, 증거개시 결정 등으로 속도를 내는 건 재판부가 지휘하기 나름”이라며 “6개월을 지키려면 결심을 4-5개월 안에 했어야 하는데 공판준비만 1년 걸린 건, 형사소송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는 모습이고 김명수 대법원에서 지연된 야당 정치인들의 사건이 대부분 이런 식”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초 정기인사 및 병가휴직으로 재판부가 여러 번 바뀌었고, 올해 초 인사에서도 부장판사 3명 중 2명이 바뀌기도 했다. 다만 심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올해 재판부 변경 이후에는 별도로 공판갱신 절차를 갖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7년 하반기부터 벌어진 일들을 수사한 뒤 2020년 기소한 사건이라, 증거 확보 및 증인의 기억 회상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어 증거능력을 두고 다투는 경우가 잦았다. 11일 결심에서도 송철호 전 시장은 ‘노트에 적힌 날짜는 다른 해 만난 날짜의 오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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