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트남과 최상위 외교관계로 격상…“中 포위망 구축”

김상도 2023. 9. 1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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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정치·경제협력 확대
中 "우리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가만있지 않겠다" 경고
베트남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하노이에서 열린 환영식에 응우옌 푸 쫑 베트남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미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최하위 단계인 ‘포괄적 동반자’에서 최상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끌어올렸다. 두 나라 모두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한 데다 경제적으로도 협력확대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권력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교정상화 이후 베트남을 찾은 5번째 미 대통령으로, 이번 방문은 취임 직후인 2021년 1월 이후 두 번째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 간 관계강화 및 협력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고, 외교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베트남관계가 50년 동안의 갈등에서 정상화를 거쳐 새롭게 격상된 단계로 올라갔다”며 “이는 양국 관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및 세계에도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쫑 서기장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래야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과거 전쟁 상대국이었던 베트남과 새롭고 강화된 외교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은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비동맹’을 표방해온 베트남이 현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인도, 러시아, 중국 등 4개국에 이어 미국이 추가된 것이다.

양국 간 경제협력도 강화했다. 미국은 양국 간에 반도체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밸류 체인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나라는 전기자동차·스마트폰의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 가공에 필요한 핵심 광물인 희토류 공급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국가인 중국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다.

과거 서로 총구를 겨눴던 미국과 베트남은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1995년 7월 국교를 정상화하고 2013년 7월 최하위 외교관계인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미·베트남이 급속히 가까워진 것은 ‘중국 견제’라는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정치 및 외교·안보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라는 게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미 싱크탱크 대니얼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의 알렉산더 부빙 교수는 “(이번 바이든 방문은) 미국이 동남아 지역의 많은 중요한 국가들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큰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우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중국과 '공산당 대 공산당' 교류에 기반해 사회주의권 우방으로 지내 온 베트남이 미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베트남 간 외교관계 격상에 대한 논평 요청에 "각국의 양자 관계 발전은 제3자를 겨냥해선 안 된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안정 추구와 협력 촉진에 대한 각국 입장을 존중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준수하며 패권과 냉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 격상이 중국 포위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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