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수술 뒤 소변 줄줄… 방광에 공기 채워 누공 막는다
손상 부위 못 찾아 치료 지연 빈번
방광 팽창으로 시야 확보 용이해져
수술 의사 배재현 교수 등 5명 안팎
자궁암 등 부인과 질환자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상담 글이 있다. 자궁 수술을 받고 나서부터 생식기(질)에서 소변이 줄줄 새는 통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는 한 여성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는 마음 때문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이름도 생소한 ‘방광질루’다. 소변을 일시 저장하는 방광과 질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이다.
해부학적으로 방광과 자궁은 인접해 있다. 방광의 위치는 자궁과 연결된 질 바로 앞인데, 자궁 절제 수술을 시행할 때 장기의 유착이 심하거나 수술 중 심한 출혈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방광 점막에 손상이 발생해 요도가 아닌 질로 오줌이 누출되는 것이다. 자궁근종, 자궁암, 난소암, 자궁내막증 등으로 부인과 수술, 특히 자궁절제술 중 이차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과거 제왕절개 등 골반 부위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거나 복부·골반에 방사선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 ‘누공(조직 내 구멍)’ 발생 위험은 더 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방광질루 환자는 최근 5년간 매년 200명을 조금 웃도는 정도로 발생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이 분야 전문가인 배재현 고려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11일 “방광질루는 사회가 고도화되고 의술이 발전할수록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질환이다. 개발도상국에선 주로 출산하면서 생긴 방광의 상처로 인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외국에 비해 빈도가 높지 않으며 더 이상 증가하지도 그렇다고 줄어들지도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5년간 발생 연령대는 50대(27.3%) 40대(21.9%) 60대(20.6%) 순으로 10명 중 7명은 중장년 여성들이었다. 이 연령대 발생이 많은 자궁근종, 자궁암 등으로 인한 수술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방광질루가 있으면 소변이 줄줄 새고 회음부 자극 증상, 악취, 요로감염 등이 따를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이 감염인데, 세균이 요관을 타고 올라가 콩팥에 염증, 즉 신우신염을 부를 수 있다. 반복된 신우신염은 콩팥 기능 손상을 초래하고 감염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요실금과는 구분돼야 한다. 요실금은 배에 압박 등을 받을 때 방광과 연결된 요도를 통해 소변이 찔끔찔끔 새는 것이고, 방광질루는 방광과 질 사이에 생긴 비정상적인 구멍으로 인해 소변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다. 누공이 커서 소변 누출 양이 많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고 구멍 크기가 작을 경우엔 진단이 늦어지기 십상이다. 배 교수는 “환자는 소변이 계속 새서 수년간 기저귀를 차고 지내지만, 막상 병원에서는 누공의 위치를 찾지 못해 진단이 계속 늦어진다. 이 경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든 방광질루의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통상 3~10%는 자연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소변 누출량이 계속 감소하거나 누공이 작은 경우 소변줄을 차고 일정 기간 지켜보면 저절로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누공 주변 조직이 얇고 괴사가 진행될 때, 누공 크기가 크고 오래된 경우 자연회복 가능성은 현격히 떨어진다. 자연 치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될 경우 환자가 겪는 고통을 하루라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빠른 수술 치료가 권고된다.
수술은 누공 주변부를 충분히 잘라내고 소변이 새지 않도록 방광 점막을 빈틈없이 봉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개는 수술 부위가 깊어서 접근이 어렵고 수술 난도가 높다. 제대로 봉합하지 않으면 누공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부위 접근은 질이나 복강, 방광을 통하는 방법이 있는데, 방광 안에 복강경과 수술 기구를 넣어서 하는 방식이 다른 접근법에 비해 시야가 좋고 손상된 방광 점막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봉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된다.
특히 기존 소아 방광 수술에 활용됐던 ‘방광내공기주입수술법(방광에 공기를 팽팽하게 채워 시야를 크게 확보한 상태에서 수술)’이 근래 성인 여성의 방광질루 교정에 적용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배 교수는 2010년 이 수술법을 처음 도입했으며 국내외 학회를 통해 유효성이 확인되면서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2020년 대한비뇨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온라인 라이브 수술 진행 이후 전국 비뇨의학과 의사들의 환자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배 교수를 비롯해 전국에서 5명 정도뿐이다.
배 교수는 “이 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은 대개 두 번 운다. 처음 외래 진료를 보고 수술 날짜가 잡히면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투병 생활에 대한 설움과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에 울고, 치유가 확인되고 퇴원 날짜가 잡히면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감격에 또 한 번 운다”면서 “완치됐을 때 환자들이 만족하는 표정을 보면 의사로서 느끼는 보람이 매우 크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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