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 美제재 뚫었다…中 '7나노칩' 개발 미스터리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중국이 미국 제재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낸 데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중국 화웨이가 발표한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9000S’가 탑재돼 전 세계 산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1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화웨이는 미국의 전면 제재에도 첨단 칩을 탑재한 신형 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자평했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은 ㎚ 단위로 계산하고 공정을 미세화할수록 생산 효율과 성능이 높아진다. 삼성전자 갤럭시 Z5 시리즈, 애플 아이폰14 등에는 주로 4㎚ 공정에서 제조된 칩이 사용됐다. 애플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하는 아이폰15 상위 기종에 대만 TSMC의 3㎚ 공정에서 생산한 ‘A17 바이오닉’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7㎚ 칩은 TSMC가 이미 2018년 상용화한 기술이다. 대략 5년의 시차가 있는 셈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최첨단 기술보다 약 8년 뒤졌다고 평가받는 14㎚ 칩 이상은 접근을 차단해왔다. 하지만 이런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술 격차를 8→5년으로 줄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노광 공정’을 어떻게 해결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제조는 세정→증착→이온 주입→감광액 도포→노광→식각→감광액 제거 등이 반복된다. 이 중 빛으로 웨이퍼에 미세하게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이 전체 공정의 60%, 생산비용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간 레이저로 만든 빛을 렌즈로 투과시켜 패턴을 그리는 심자외선(DUV) 방식이 사용됐다.
하지만 칩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선의 굵기도 가늘어졌고, 여기서 등장한 게 극자외선(EUV)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7㎚ 이하 선폭을 가진 반도체 제조엔 EUV 장비를 활용해야 경제성이 있다고 말한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데, 이 회사는 2019년부터 EUV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도 자체적으로 노광 장비를 제조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EUV 관련 특허를 신청하는 등 자체적으로 노광 장비 제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메이트60 프로에 채택된 7㎚ 칩이 EUV가 아닌 DUV 장비를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회칼로 회를 뜨면 한 번에 썰리지만, 과도로는 여러 번 썰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이론적으로 DUV 장비로 같은 공정을 수차례 반복하면 EUV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율과 비용 측면에서 손해가 크지만, 이번 제품 출시 목적이 중국의 ‘기술력 과시’인 만큼 비효율을 감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를 500만~1000만 대 생산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정도의 손해를 감수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첨단 기술 추격이 계속되는 만큼 미국 안팎에서 이를 겨냥한 제재가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록 최신 공정은 아니지만, 미국의 규제 시작 당시 최신 기술보다 약 8년 이상 뒤처졌던 중국의 기술 격차가 축소됐다”며 “앞으로 미국의 대중 규제는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아래 반도체 국산화 전략이 지속할 것이다. 특히 취약한 장비·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가 공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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