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2인자 딸 '당일치기 채용' 뽑혔다…채용비리 353건 적발
채용 공고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공유했다. 기관 고위직 자녀는 응시-서류심사-면접을 이르면 하루만에 거쳐 뽑히는 '당일치기 채용'에 지원해 선발됐다. 독립성을 우선 가치로 내세운다는 헌법기관 선거관리위원회의 특혜 채용 의심 사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선관위의 공무원 경력 채용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년간 선관위가 채용한 경력직 공무원 384명 중 권익위가 밝혀낸 부정합격 의혹자는 58명(15%)이었다. 권익위는 이를 포함해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심 및 절차 위반 사례 총 353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이중 선관위 채용비리 관련자 28명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312건에 대해선 수사 의뢰를 했다. 이날 조사 결과를 브리핑한 정승윤 권익위 사무처장은 “수사 의뢰 1건당 조사해야 할 인원이 서너명 되기에, 총 400~500명의 사람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지난 5월 선관위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선관위 전담조사단을 구성해 6월부터 8월까지 52일간 선관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채용비리 의혹을 통해 도출될 수 있는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고려해 조사기한을 7년으로 잡았다.
권익위에 따르면 선관위의 부정채용 정황은 직급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고부터 서류 전형과 면접 및 심사까지 사실상 모든 채용단계에서 발견됐다. 선관위는 '한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며 공고문을 시·구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게시했다. 그 결과 A 구청 선거업무 담당자 아들과 B구 선관위 근무 경력자 2명만 응시했고 전원 합격했다. 애초 이들만 알 수 있고 볼 수 있었던 시험인 셈이었다.
선관위가 9급 직원을 채용하며 계약직 직원의 근무 경력을 부풀려 채용하거나, 석사 학위 소지자에게 박사학위 가점을 주고, 응시 자격을 35세 이하로 제한했음에도 35세 이상 지원자를 채용한 경우도 있었다. 응시 요건에 관련 분야 7년 이상 경력자에겐 모두 가점을 부여해야 했지만, 선관위 근무경력이 있는 지원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한 사례도 드러났다. 지난 7년간 경력 서류에 대한 선관위의 별도 확인 없이 합격한 인원은 181명에 달했다.
행정고시에 준하는 5급 사무관 3명을 포함해 31명의 1년 임기제 공무원이 별도의 서류나 면접시험 없이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경우도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심사위원 절반은 외부 인원으로 해야 함에도 모두 내부 심사위원으로 구성한 사례도 26건 적발됐다. 채용 공고 기간을 임의로 단축한 사례도 있었다. 권익위는 선관위가 정례적 인사감사를 전혀 하지 않아 불공정 채용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이같은 채용비리 의심 사례 외에도 선관위의 정원 부족 시 별도의 채용 공고 없이 외부 기관 추천을 받은 1명의 직원이 응시해 경쟁 없이 합격자로 선정되는 ‘비(非)다수인 채용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통상 ‘비다수인 채용제도’는 당일 추천을 받은 지원자의 서류와 면접 전형부터 합격까지 채용 절차가 하루 만에 끝나는 제도다. 권익위 조사 결과 지난 7년간 이같은 제도로 채용된 선관위 직원은 28명에 달했다. 여기엔 지난 5월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사퇴한 '선관위 2인자' 송봉섭 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의 딸(2018년 채용)도 포함돼 있다. 정 부위원장은 “당일 추천을 받아 서류를 내고 면접해서 당일에 채용하는 제도가 선관위에 있다”며 “정부엔 이런 제도가 없다. 저희도 처음 알게 된 제도”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비다수인 채용제도로 채용된 28명에 대해선 위법 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에도 특혜채용 여부 확인을 위해 별도로 추가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선관위가 이같은 지적사항 대부분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권익위 조사 외에도 선관위 가족특혜 채용비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다. 선관위는 지난 7월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대한 정당성을 따져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 당사자에 의원면직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신우용 제주도선관위 상임위원과 사촌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전남 무안군선관위 7급 공무원 C씨는 지난 7월 1일 의원 면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 면직이 되면 수사 결과에 따른 공무원 연금 삭감과 재임용 제재 등을 피해갈 수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신 위원은 임기제로 채용돼 임기가 만료된 것”이라며 “C씨의 경우 당시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지 않아서 의원면직됐다”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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