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JTBC 기자는 '윤석열'을 묻지 않았다
[김종훈, 이병한 기자]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봉지욱-조우형 취재 녹취록 전문. |
ⓒ 오마이뉴스 |
지난 6일 JTBC가 지난해 2월 내보냈던 자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에 대해 "중요한 진술의 누락과 일부 왜곡이 있었다"고 사과했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사과로 밝혀졌다. 또한 같은 날 <조선일보>가 '[단독] 30분 넘게 "수사 무마 없었다" 했는데... 쏙 빼고 보도한 언론'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비판 기사를 내보냈는데, 근거가 된 검찰발 소스가 역시 실제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지난 2021년 10월 26일 봉지욱 당시 JTBC 기자(현재 <뉴스타파> 소속)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의 약 100분에 걸친 미팅 녹취록 전문을 확인한 결과다. 소위 검찰발 '허위 인터뷰' 정국에서 언론의 사과 및 비판 기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사실과 거리가 있는 '허위 정보'에 언론이 휘둘리는 형국이다.
▲ 지난 6일 JTBC 뉴스룸이 지난해 20대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고 사과했다. |
ⓒ JTBC |
JTBC는 지난 6일 메인뉴스인 뉴스룸을 통해 지난해 2월 일련의 자사 보도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하게 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면서 그 근거를 이렇게 밝혔다.
조우형씨의 입장을 직접 들은 건 2021년 10월입니다.
봉지욱 기자가 '주임검사 기사'를 쓴 지난해 2월보다 넉달 전입니다.
조씨는 "담당검사는 박모 검사였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은 없느냐" 질문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누락한 채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의 진술조서를 근거로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JTBC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면서 "이런 보도가 나간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봉지욱-조우형 취재 녹취록 전문을 확인한 결과, 봉 기자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은 없느냐"는 질문 자체를 한 적이 없었다. 질문이 없었으니 "없다"라는 답변 역시 당연히 없다.
- (봉)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직 검찰에서 연락 왔습니까?
- (조) 예. 아직 연락은 없고. 저는 (검찰에서) 두 가지 정도로 좀 질문이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이제 킨앤파트너스에서 그 자금 조달한 거 그 앞단에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거 물어볼 거 같고요. 그 다음에 이제 경향신문 덕분에 그 박영수 특검을 통해서 윤석열 후보한테 영향을 끼친 거 아니냐. 이렇게 그런 오해가...
여기서 조씨가 "이제 경향신문 덕분에"라고 말한 배경은 그날 이 신문에서 '윤석열 중수부, 2011년 대장동 대출 브로커 계좌 추적했다'는 제목으로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또한 JTBC 사과 보도에 나오는 "담당검사는 박모 검사였다"는 발언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박모 검사'는 당시 윤석열 중수2과장 밑에 있는 박길배 검사를 의미하는데, 그 이름 역시 딱 한 번 등장한다.
조씨는 "이제 박길배 검사님이 그 다음에 들어오시더라고요"라면서 1차 조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현재 소위 '커피'로 인해 이슈로 떠오른 건 1차가 아니라 2차 조사다. 조씨는 "벌벌 떨면서 전화해가지고 다음 날 약속 잡고" 갔다는 1차 조사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고 알려진 2차 조사에 대해서는 기자에게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근데 이제 밖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제가 김만배 회장, 김만배 기자님을 통해 가지고 박영수를 만났던 사실이 있어요. 그거 때문에 오해가 첫 번째 시작됐고. 그 다음에 두 번째는 2014년도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어...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제가 "앞에 대검에서 다 봤는데 뭘 또 보냐" 이런 취지의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대검에서 봤던 건 사실인데 마치 대장동에서, 대장동 관련된 걸 조사한 것처럼 제가 진술을 한, 거짓말을 한 게 있어요. 그 두 가지 때문에 지금 이렇게 좀 오해를 초래한 것 같아요.
"오해"와 "거짓말" 등 용어를 사용한 조씨의 봐주기 수사 의혹 부인성 발언들은, 봐주기 수사가 사실일 경우 그 수혜자가 자신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고 들을 필요가 있다.
▲ 9월 6일자 <조선일보>가 '[단독] 30분 넘게 "수사 무마 없었다" 했는데... 쏙 빼고 보도한 언론' 기사. |
ⓒ 조선닷컴 |
또한 6일 <조선일보>는 조씨의 지난 7월 검찰 진술을 전언 형식으로 직접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2021년 10월부터 JTBC, 경향신문 등과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 없고 누군지 알지도 못했다'고 밝혔지만 내 입장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JTBC 기자에게 30분 넘게 '대장동 대출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대검 중수부가 나를 수사한 자체가 없다' '수사가 없었는데 수사무마는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JTBC 기자도 '알았다' '이해한다'고 해놓고 그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녹취록에 나타난 상황과 거리가 있다. 위에서 밝혔듯이 당시 조씨는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 없는지 자체를 밝힌 적이 없다. 또 수사무마를 강하게 부인하고 봉 기자가 '알았다' '이해한다'고 동의하는 상황 역시 없었다.
오히려 조씨가 30분을 넘게 강조하며 설명한 내용은 대검 중수부의 봐주기 의혹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당시 핫이슈로 떠오른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의 핵심은 김만배도, 남욱도, 자신도, 이재명도 아닌 정영학 회계사라는 점이었다.
조씨는 "검찰에 이번에 정영학이 녹취록을 안 갖고 갔다면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됐을까"라며 "정영학은 딱 자기가 먹을 거만큼 먹고, 나머지를 다 사지로 몰아넣는, 그래서 결국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도구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A4 용지와 볼펜을 달라면서 인물 관계도에 대해 "정영학에 민○○, 정영학에 전○○, 정영학에 김○○, 네, 정영학에 김○○, 김○○에 딸린, 그 다음에 정영학에 조우형이다, 이렇게 됐다"며 "이 사업장은, 그냥 정영학 사업장이다"라고 주장했다.
녹취록에 담긴 조씨 발언은 현재 이미 사실과 다른 것으로 결론 난 것도 많다. 천화동인 6호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조씨는 "조현성 변호사가 천화동인 6호의 주인이 맞고"라고 강조했지만, 조 변호사는 명의일 뿐 실제 주인은 조씨다.
▲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로 의심받는 조우형 씨가 지난 5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5.4 |
ⓒ 연합뉴스 |
JTBC 사과 보도의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드러남에 따라 성급한 사과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또한 소위 '허위 기획 인터뷰' 주장의 주요 근거가 조씨의 검찰 진술이라는 점에서, 허위 인터뷰 프레임도 흔들릴 조짐이 감지된다.
현재 JTBC를 그만 둔 상태에서 과거 자신의 보도가 사과의 대상이 된 봉지욱 기자는 "대체 무엇을 근거로 진상조사를 하고 사과보도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JTBC는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자료 요청도 없이 허위 정보를 근거로 사과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조씨 음성 파일을 달라고 했다면 다 제공했을 것"이라며 "JTBC와 <조선일보>뿐 아니라 다른 언론도 현재 조우형과 남욱의 바뀐 진술이 마치 진실인 양 검찰 발 보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우형의 진술은 사실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당시에도 미팅 이후 조씨를 잘 아는 다른 관계자들에게 확인 취재를 했을 때, 그 취재원이 내게 '조씨에게 또 속으셨네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JTBC 측에 사과 보도의 근거를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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