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 가져와" 심부름에 8세 아들 홀로 떠났다…통곡의 모로코

임선영, 김한솔 2023. 9. 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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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규모 6.8의 강진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외신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아틀라스산맥에 있는 작은 마을 아미즈미즈에 사는 밀루드는 건물이 무너지자 어린 아들을 온몸으로 감싸 안은 채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모로코 아미즈미스에서 10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비통해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밀루드는 당시 아들을 몸으로 덮은 채로 누워 있다가 건물 잔해에 머리를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식은 그와 남매지간인 하피다의 언론 인터뷰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희생이 무색하게도 밀루드의 아들은 물론, 그의 아내조차 생사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밀루드는 생전 지역 경찰로 일했다.

밀루드의 딸은 가족 중 현재까지 확인된 유일한 생존자로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마라케시에서 55㎞ 떨어져 있는 아미즈미즈는 주택은 물론 주유소, 카페까지 마치 팬케이크처럼 무너져 내렸으나 구조 작업이 더딘 상황라고 외신은 전했다.

하피다는 "처음엔 (조카로 생각되는) 아이가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 소리가 잦아들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8일 발생한 강진으로 8살 난 아들 마루안을 잃은 하미드 벤 헤나. 로이터=연합뉴스

가족 식사 도중 어린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가족의 사연도 전해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틀라스산맥 고지대 오지 마을에 사는 하미드 벤 헤나의 가족은 지난 8일 한자리에 모여 저녁을 먹고 있었다.

벤 헤나는 8살 난 아들 마루안에게 과도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갑자기 집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벤 헤나는 간신히 아내와 어린 딸, 또 다른 아들과 함께 밖으로 대피했지만 마루안은 제때 피하지 못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뒤늦게 마루안이 나오지 못 한 것을 깨닫고 무너진 집으로 급히 갔지만 1m에 달하는 높은 잔해 속에서 아들이 숨진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벤 헤나는 5시간이나 걸려 카사블랑카에서 온 형제들과 함께 잔해를 다 치운 뒤에야 아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모로코 강진으로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을 찾으며 슬퍼하는 모로코 사람들. AFP=연합뉴스

아틀라스산맥의 농촌 마을 타페가그테 주민 압두 라흐만은 이번 강진으로 아내와 세 아들을 모두 잃었다. BBC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정신없이 집으로 향했다. 그는 "가족을 찾아냈을 때 아내와 아들은 모두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지진이 가족을 빼앗아갔다"며 슬퍼했다.

모로코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약 2100명에 이른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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