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임시완, 혼신의 연기로 살려낸 손기정·서윤복(종합)

이이슬 2023. 9.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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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47 보스톤' 언론시사회
최초로 태극기 단 마라토너의 벅찬 질주
강제규 감독 "일제강점기 희망 준 서윤복"
하정우 "책임감 느끼며 엄숙하게 촬영"

마라토너 손기정·서윤복이 올가을 스크린에서 살아난다.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기를 가슴에 단 마라토너의 가슴 벅찬 질주가 추석 극장가 흥행 사냥에 나선다. 감동적인 실화의 힘과 하정우·임시완의 숨 막히는 연기가 매력적인 영화 '1947 보스톤'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 '마이웨이'(2011) '장수상회'(2015) 등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60)이 영화 '1947 보스톤'으로 8년 만에 돌아온다. 강 감독은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마라톤이 주는 매력이 크다"며 "인간이 맨발로 극한에 도전하는 가장 열정적인 스포츠"라고 말했다.

(왼쪽부터)배우 김상호, 강제규 감독, 배우 임시완, 하정우[사진출처=연합뉴스]

이날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 끝나고 SF(공상과학) 영화를 준비하다 무산됐다. 미래 배경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많이 찍더라. 결국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잘 들여다보는 일이 바로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자연스럽게 과거의 소중한 발자취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과거를 돌아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하정우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을, 임시완이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국가대표 서윤복으로 각각 분한다. 하정우는 "손기정 선생이 어떤 분인지 감독님과 상이하며 찍었다. 매 장면 어떤 마음이셨을지 궁금했다. 그런 마음이 하나하나 쌓였다"고 말했다.

손기정 선수는 1947년 해방된 조국에서 드디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선수들을 엄격하게 훈련하는 마라톤 감독이 된다.

하정우는 "베를린 올림픽 장면을 찍을 때는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시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촬영하며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엄숙함도 느꼈다"고 했다.

하정우[사진출처=연합뉴스]

임시완은 실제 서윤복 선수가 스크린에 살아난 듯, 생생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이는 탁월한 노력의 결과다. 탄탄하고 다부진 근육부터 빼빼 마른 얼굴까지 서윤복 그 자체다.

그는 "촬영 준비 할 때부터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달고 살았다. 운동도 매일 했다. 탄탄한 근육을 표현하기 위해 틈틈이 운동하면서 팽창되는지 관찰했다. 최대한 서윤복 선수의 외형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했고, 체지방 6%를 달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시완을 달리게 한 힘은 '실존 인물'이라는 책임감에서였다고. 그는 "누가 되면 안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책임 의식을 갖고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나간 서윤복 선수처럼 실제 국가대표의 마음을 가지고 준비했다"고 했다.

강제규 감독은 "서윤복 선수께서 일제강점기에 민족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줬다. 제2의 손기정을 꿈꾸던 소년이 3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나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향해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복 이후 최초로 태극기를 달고 달린 뿌듯함도 있지만 한 인간이 소중한 꿈을 이뤄가는 인간 승리의 도전 정신이 돋보였다"고 강조했다.

임시완[사진출처=연합뉴스]

'1947 보스톤'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거미집'(감독 김지운)과 오는 27일 나란히 극장에 걸린다. 강제규 감독은 "남의 영화가 먼저 개봉하는 걸 보며 부럽기도, 마음이 시리기도 했다"고 개봉을 앞둔 마음을 전했다.

이어 "지난 몇 년은 영화를 다듬고 또 다듬은 값진 시간이었다.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여러 채널을 통해 관객들과 사전에 교류하며 경청했다. 얼마나 필요한 작업인지 새삼 느꼈다"고 했다.

하정우는 "절대적인 극장 관객 수가 아직 돌아오지는 않았다. 여름도 추석도 모두 힘을 합쳐서 시너지를 내길 바란다. 관객들이 예전처럼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는 문화에 '1947 보스톤'이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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