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예금보호한도 줄상향…韓 1억 인상 두고 ‘팽팽’
[한국경제TV 서형교 기자]
<앵커>
이슈플러스입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서 기자, 오늘 이슈플러스 주제는 무엇입니까?
<기자>
네, 오늘 가져온 주제는 ‘예금보호한도, 동결이냐 상향이냐’입니다.
현재 5000만원인 예금보호한도를 1억으로 상향할 것인지를 두고 금융당국에서 치열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싱가포르와 홍콩이 보호한도를 연달아 높이기로 결정하면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보호한도 ‘상향론’과 ‘동결론’ 어떤 주장이 더 합리적인지, 그밖에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앵커>
네, 하나씩 살펴보죠. 먼저 싱가포르와 홍콩의 보호한도 상향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네, 화면 보면서 얘기 나누겠습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6월 예보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는데요.
보호한도를 기존 7만5000싱가포르달러에서 10만싱가포르달러로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 돈으로 보호한도가 7300만원에서 9800만원으로 높아지는 거고요.
또 7월에는 홍콩이 보호한도를 현행 50만홍콩달러에서 80만홍콩달러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가 보호한도를 높인 배경은 예금자보호제도의 실효성이 낮아졌기 때문인데요.
물가가 오르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그 결과 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이 늘어난 겁니다.
화면에 나오는 그래프는 전체 예금자 가운데 전액을 보호받는 예금자 비율을 나타낸 겁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모두 이 비율이 최근 89%로 내려왔는데, 국제예금보험협회의 권고치가 90%입니다.
이번에 두 나라가 보호한도를 높이면서 이 비율이 다시 9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주요국이 예금보호한도를 높이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도 현재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로 이슈가 된 적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호한도 상향을 두고 정부와 국회에서 1년 넘게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먼저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3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예금자보호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TF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국회에 보고할 계획인데요.
이후 국회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인 예금자보호제도 개선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략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국회에선 ‘1억 상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고, 금융당국은 현행 5000만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먼저 예금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기자>
우리나라 예금보호한도는 2001년 이후 22년째 5000만원에 묶여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물가상승률 약 60%를 적용하면 현재 5000만원은 2001년의 3100만원 수준인데요.
다시 말해 실질적인 보호한도가 2001년 대비 60%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보호한도는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낮은 수준입니다.
국가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호한도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113%인데요.
미국(356%), 영국(221%)의 절반 이하이고 주요국 중에선 아일랜드(107%)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앵커>
들어보면 예금보호한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으로 유지하자는 주장은 왜 나오는 겁니까?
<기자>
핵심은 “보호한도 상향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겁니다.
보호한도를 높이면 예금보험료가 오르면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5000만원의 보호한도를 기준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목표기금을 계산해서 금융회사별로 보험료를 걷고 있습니다.
보호한도를 올리면 목표기금의 규모가 커지고, 그 결과 금융기관이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도 늘어나게 됩니다.
문제는 이 보험료를 금융회사가 모두 부담하는 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이 나눠서 진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5000만원 이하 예금자 비율이 작년 9월 말 기준 98%에 달하는데요.
보호한도를 올릴 경우 대부분의 예금주는 부담이 늘어나는데 일부 자산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예금보호한도가 올라가면 시중은행에 예치된 자금이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데요.
아무래도 2금융권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에 투자를 많이 하고 부실화할 가능성도 높잖아요.
그러다 보니 도덕적 해이 문제가 커지고 금융시스템 전반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앵커>
'올리자', '유지하자' 모두 합리적인 주장이어서 논의가 더욱 복잡한 것 같습니다. 상향이나 동결 외에 추가로 고려할 만한 옵션은 없겠습니까?
<기자>
몇몇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3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금 상품별로 보호한도를 다르게 적용하는 안이 TF 논의에 포함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파악됐는데요.
이른바 결제성 예금의 보호한도는 높이되, 저축성 예금의 보호한도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자는 겁니다.
이미 몇몇 국가에선 결제성 예금과 저축성 예금의 보호한도를 다르게 설정하고 있는데요.
먼저 일본은 기업의 결제성 예금을 전액 보호하고 있습니다.
또 올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에서 보호한도 상향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기업 결제계좌의 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의회에 권고했습니다.
뱅크런 방지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결제성 예금을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취지에 부합한다는 건데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먼저 결제성 예금에 대해 보호한도를 올린 뒤, 추후 시장 상황을 보고 저축성 예금에 대해서도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다음달 금융당국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이슈플러스 경제부 서형교 기자였습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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