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복구 전 외국인 관광 재개…"마라케시 수입 99%는 관광"
모로코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로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진 가운데, 관광도시 마라케시 도심에서는 10일(현지시간) 외국인의 관광이 일부 재개됐다. 외신들은 관광산업에 의존도가 큰 모로코의 경제 현실, 심각한 계층·지역 격차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10일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이날 마라케시에서 가이드 관광이 재개되면서 바히야 궁전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관광객들이 다시 줄을 섰다. 지진 여파로 갈라진 건물들이 있는 도심을 걷거나 경찰관에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소에 방문 가능한 지를 묻는 관광객의 모습이 목격됐다고 NYT는 전했다.
르몽드는 관광객들이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여전히 문을 연 상점에서 가죽 가방을 사려고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 장면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 도미니크 후버(26)는 르몽드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거 같아 떠날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진 이후 일부 여행사는 예약 취소가 약간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지진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여행사들도 있다. 관광 가이드 아브데라자크 쿠레드는 "마라케시 도심 투어 대부분이 가능하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마라케시 도심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상대적으로 지진 피해가 덜한 편이다. 1999년부터 유럽인들은 모로코 전통 가옥 '리아드'를 사들여 현대식으로 고쳐 호텔·레스토랑으로 운영했다. 위치상 지진의 영향을 덜 받았고, 현대식으로 보강된 건물이라 지진 피해가 덜했다.
모로코의 관광산업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GDP의 7.1%를 차지했을 정도로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모로코 관광업은 전체 일자리의 5%인 56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마라케시는 "수입의 99%를 관광에 의지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지역 경제에 관광산업의 역할이 크다. 마라케시의 관광업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침체에 시달리다가 올 상반기 관광객 650만명이 다녀가며 반등했지만, 이번 지진으로 또 한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관광업 종사자들은 지진 피해가 제한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라케시 등에서 2000여개 숙박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무엘 루어는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마라케시 지진 상황을 접할 때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기반 시설은 온전하고 공항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통신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극을 최소화하기를 바라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치 지진이 마라케시와 모로코 경제 전체에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지진 피해는 마라케시 구 시가인 메디나의 외곽 마을에 집중돼 있다. 주민 상당수는 현대화 과정에서 밖으로 밀려난 저소득층이다. 메디나에서 불과 몇 km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성냥갑 같은 주거 건물과 빈민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이번 지진 피해는 모로코의 지역별 소득·개발 격차를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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