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변호사들 ①] "우리들의 봉사, 몰라도 돼…받은 만큼 베풀려는 것일 뿐"

대형 로펌들, 2000년대 중반부터 사단법인 등 설립해 운영…'사회적 책임' 인식 후 역할 수행
학대 아동 사건 맡아 '학교보호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고…노인들 상대 법률 상담도
"지지 및 도움받아서 베풀려고 나선 것일 뿐…공익사업 나서는 순수한 의도 훼손되지 않길"
"변호사, 법에서도 공익 의무 규정하는 직업…공익사업 진행할 때, 사명감으로 사건 임해"

법무법인 태평양은 아동의 신체와 정신을 학대해온 어머니의 친권을 상실시키고, 아동이 교장 선생님의 후견 아래 학교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는 공익 법률지원 활동에 나섰다.ⓒ게티이미지뱅크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로펌별 전문성을 살린 공익활동인 '프로보노('공익을 위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마다 변호사들은 일정 시간을 공익 활동 봉사로 채워야 하는 의무는 있지만, 이런 단순한 의무감을 넘어 솔선수범을 통한 공익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로펌 관계자들은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아 보답하고 베풀자는 순수한 의도에서 행하고 있는 것인 만큼 이런 본의가 왜곡되거나 훼손되지 않기를 희망했다.

13일 데일리안이 취합한 국내 10대 로펌의 사회 공익사업 현황에 따르면 로펌들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사단법인이나 사회공헌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일부 대형 로펌들은 변호사TF팀을 꾸려 소외계층 등 공익사업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법률 지원 시스템도 만들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2001년부터 공익활동위원회를 구성해 공익 활동을 시작했고, 2009년엔 재단법인 동천을 설립한 이후엔 능동적인 공익 법률지원 활동에 나서는 중이다. 아동의 신체와 정신을 학대해온 어머니의 친권을 상실시키고, 아동이 교장 선생님의 후견 아래 학교의 안정적인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지상 버스나 휠체어 탑승설비 설치의 적극적 조치를 구하는 차별 구제소송도 수행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2017년 '공익사단법인 정'을 설립해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한 무료 변론에 나서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법률교육 및 상담 및 소송 대리를 지원하고, 난민 불인정처분취소소송도 지원하고 있다. 충남 예산교육지원청과 지역사회법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해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법률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도 울산 청소노동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변론과 난민소송 등 공익 소송을 대리했다. 동자동 쪽방촌과 한국여성의전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을 상대로 정기 법률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나눔과나눔, 국경없는의사회 등 비영리단체 법률자문도 맡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분당종합노인복지관을 정기적으로 대면 방문해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재단 업무 등에 대해 자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분당종합노인복지관을 정기적으로 대면 방문해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재단 업무 등에 대해 자문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청소년 상담소'를 설립해 소속 변호사들이 직접 1대1 청소년 법률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대한 법률 지원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유류 피해 복원사업비 환수' 관련 소송 대리를 맡고 있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 김지연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경우 법률 봉사와 같은 공익 활동을 매년 일정 시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A 로펌 관계자 B 씨는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았기에 베풀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로펌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며 "저희(로펌)들이 하는 봉사를 다른 시민분들이 몰라도 된다. 공익사업에 나서게 된 순수한 의도만큼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대륙아주 최원혁 변호사 역시 "변호사법 제27조에서 변호사의 공익의무를 규정할 정도로 직역군 자체가 공익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로펌들 역시 공익사업을 진행할 때, 사명감으로 사건에 임한다"며 "로펌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들을 수임하기 위해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고, 경영진의 확인을 받아 공익 사건을 수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