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불 잡아먹고 달리는 괴물’… 동아대 석당박물관, 특별전 ‘부산 전차’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2023. 9. 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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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이 개교 77주년 기념 ‘부산 전차’ 특별 전시회를 오는 18일부터 11월 19일까지 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2023년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 ‘융합의 시대-동아 큐레이션 발전소’ 두 번째 시즌으로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대학 구성원과 지역주민, 관계기관 등으로부터 부산 전차 자료 200여점을 출품받아 이야기를 곁들인 참여형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기억과 시민의 일상, 운행 원리, 동아대로의 기증, 수리 과정까지 ‘부산 전차’의 다양한 모습을 관람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특별전은 1부 ‘전깃불을 잡아먹고 달리는 괴물’와 2부 ‘노선의 확장과 미국 전차의 수입’, 3부 ‘부산 전차 운행과 사람들’, 4부 ‘부산 전차. END가 아닌 AND’로 나눠 진행된다.

1부 ‘전깃불을 잡아먹고 달리는 괴물’에선 전차의 도입과 운행 모습을 보여준다.

1899년 서울에 이어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개통된 부산 전차는 1915년 11월 1일 중앙동 부산우편국에서 동래 온천장까지 12.8㎞가 시작이다. 그로부터 6년 앞선 1909년 12월 경편(輕便) 기관차가 부산진에서 동래 남문까지 다녔다.

1915년 9~10월 경복궁에서 열린 조선물산공진회를 계기로 전차는 일본인 여행객이 동래 온천이나 다른 부산 명소를 탐방할 수 있도록 경편 철도 노선을 개량해 계획된 것이다.

전차가 지나갈 때 공중 전선에서 번쩍이는 불빛을 처음 본 당시 사람들은 ‘전깃불을 잡아먹고 달린다’고 말했다.

‘노선의 확장과 미국 전차의 수입’이란 제목이 붙은 2부는 전차 노선 확장과 미국 전차가 대한민국으로 수입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전차 노선은 ‘부산역’을 중심으로 구덕운동장, 범일동, 영도까지 확장했고 1950년대 말에 상공업의 중심지로 우뚝 선 ‘서면’을 기점으로 재편된 것을 노선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부산 전차의 서로 반대로 마주 보는 의자 배치 의미도 분석했다. 이러한 의자 배치는 전차 착석 시 백인과 흑인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제작된 것으로 미국 애틀랜타에서 짐 크로법(Jim Crow Law)에 따른 인종차별 단면을 보여준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부산 전차’ 특별 전시회 홍보 포스터.

3부에선 전차의 운행 원리와 이를 타고 내렸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전차 부품 진열에선 전차가 전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어떻게 작동되고 멈추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잡지 속 승무원 소회나 승차표 등은 당시 모습을 생생히 느끼게 해준다.

‘부산 전차, END가 아닌 AND’의 4부는 53년간 운행한 뒤 1968년 5월 운행 종료된 전차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아대의 노력을 담고 있다. 2020~2021년 부산 전차 351호의 보수 정비 과정을 파노라마 영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석당박물관은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연계 행사도 마련한다.

오는 18일 오후 2시 전성현 교수 강연과 바리톤 심정보·피아니스트 노정미 씨의 특별 공연이 열린다. ‘부산 전차의 4인 사색(思索)’을 주제로 한 릴레이 강연은 오는 26일 열리며 10월 17일엔 전공(역사, 도시, 전기, 보존과학)별 릴레이 강연도 개최된다.

또 부산 전차도 오는 19일부터 10월 17일까지 매일 오후 2~3시 개방된다. 전차 보호를 위해 1회당 10명 내외만 탑승할 수 있다.

석당박물관은 예비 큐레이터 양성 프로젝트 ‘제2기 동아뮤즈(MUSE)’ 학생들이 손수 제작한 ‘부산 전차’ 영상 3편도 석당박물관 유튜브에서 공개하며 일부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를 제작한다.

김기수 관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대학 구성원과 지역주민, 관계기관 등에서 의미 깊은 자료를 출품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번 전시에서 잊혀 가는 부산 전차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친환경 교통수단 트램과 연결하여 미래 가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전 관람 시간은 월요일과 공휴일 제외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며 자세한 내용은 동아대 석당박물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기자 bsb0329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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