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는데 서울에 있을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의 답변, 전제부터 잘못됐다

김희준 기자 2023. 9.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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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있을 수 없다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답변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영국 현지에서 홍재민 축구전문기자, '스포츠조선' 등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웨일스전을 비롯한 대표팀 경기력 문제와 외부 활동 논란 등 현재 한국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긴 답변들을 내놓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러한 원격 근무 논란과 관련해 "할 일이 없는데 서울에 있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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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한국에서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있을 수 없다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답변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영국 현지에서 홍재민 축구전문기자, '스포츠조선' 등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웨일스전을 비롯한 대표팀 경기력 문제와 외부 활동 논란 등 현재 한국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긴 답변들을 내놓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현재까지 승리가 없다. 지난 8일 웨일스전 무승부를 거두며 3무 2패로 5경기째 무승이다. 2000년 이후 취임한 대표팀 감독 중에서 데뷔전부터 가장 오랫동안 승리하지 못한 기록이다.


경기 결과보다도 국내 축구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부분은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은 6월 A매치 전까지는 주로 국내에 체류했으나, 이후에는 좀처럼 한국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7월 K리그 올스타전을 직관한 걸 제외하면 한국에서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스포츠 매체 'ESPN' 인터뷰 패널로 참여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추첨식에 등장하는 등 외부 행사는 활발하게 참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러한 원격 근무 논란과 관련해 "할 일이 없는데 서울에 있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자신은 국내 리그 경기 관전을 꾸준히 해온 건 물론 보고서도 계속 받아보고 있으며, 할 일이 없는 서울에 머무를 바에야 런던, 뮌헨, 베오그라드에 가서 선수를 관찰하는 게 더 낫다는 논리였다. 세 도시는 각각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의 소속팀이 있는 곳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우선 클린스만 감독이 예시로 든 세 선수는 이미 대표팀 부동의 주전이다. 손흥민과 김민재, 황인범은 웬만큼 경기력 저하가 오지 않는 이상 선발 명단에서 빠질 일이 없다. 핵심들이 빠져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대표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 검증된 해외파를 보는 것보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파나 K리그 선수들을 직접 관찰하는 쪽이 효과적이다.


7월에 대표팀 일정이 비어있어 미국에 갔다는 말도 궤변에 가깝다. A매치가 없었을 뿐 K리그는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해외파를 관찰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 어떤 시기보다 K리그나 U리그, 유소년 선수들을 직접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를 외면하고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자신이 약속했다는 일정들을 소화했다.


결정적으로 한국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서 할 일이 없었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국에 할 일이 없어 일을 찾으러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랄 테고, 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 업무만 관장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팀 감독은 단순히 A매치를 지휘하는 자리가 아니다. 경기가 없는 기간에도 국내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자신의 철학을 선수들에게 전달할 훈련 세션을 만들고,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노력해야 한다. 해외축구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우선 기본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스스로를 '일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언제나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할 일을 찾지 못했다는 말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부적절했고, 일을 사랑한다는 발언에 대한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언사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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