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끝나간다" 손내민 지구촌…정작 모로코는 소극적 왜
대규모 강진(규모 6.8)으로 5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모로코에 전세계가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정작 모로코 정부가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피해자의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에 처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현재 전 세계 수십개 국이 모로코에 구호·구조 지원 의사를 나타냈지만, 정작 모로코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구조대 파견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모로코가 공식적으로 지원을 받은 나라는 스페인·영국·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4개국뿐이다.
스페인은 모로코 정부의 요청에 가장 먼저 긴급구조대(UME) 56명과 구조견 4마리를 파견했다. 이어 튀니지의 구조대원 50여 명은 지진 잔해 아래에서 희생자를 찾을 수 있는 열 감지 장치로 생존자 구조에 나섰다. 카타르는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를 파견했다.
이밖에도 프랑스·이스라엘·미국·튀르키예·쿠웨이트·오만·대만 등이 “모로코를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공식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국가들은 모로코의 승인만 있으면 즉각 자금과 구호 물자, 인력 투입이 가능한 상태다.
2년 전 모로코와 관계를 끊은 알제리 역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모로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영공을 개방했으며 “모로코가 도움을 제공할 경우 물질적·인적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프랑스 등 지원 의사…정작 모로코 소극적
하지만 모로코 국왕인 무함마드 6세는 10일 국영방송을 통해 이들 국가의 지원 의사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모로코 정부의 소극적인 반응으로 인해 각국은 모로코에 파견할 구조대를 꾸려 놓고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정부는 모로코에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라며 “모로코 정부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소규모 재난 전문가팀만 파견한 상태다.
프랑스 역시 리옹의 소방관 4명과 수색견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팀만 이날 오전 모로코에 파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모로코 당국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 사이에선 골든타임이 지나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프랑스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로코 정부가 구조대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하루도 안 남은 ‘골든타임’ 72시간
국제 사회의 지원을 차단하려는 듯한 모로코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일부 외신은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을 갖췄단 사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WSJ은 모로코 내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모로코 정부가 대응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국영 텔레비전은 군인들이 지진 잔해를 파헤치는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
이 같은 모로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각국이 구조에 동참하기 위해 서두르는 이유는 지진 피해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인 72시간이 만 하루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발생한 모로코 지진의 골든타임은 11일 오후 11시 11분(한국시간 12일 오전 7시 11분)까지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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