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아시안컵 우승은 뒷일…13일 사우디전이 ‘단두대 매치’
출항 후 반 년째에 접어든 클린스만호가 벌써부터 위기에 내몰렸다. 내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우승을 목표로 호기롭게 닻을 올렸는데, 먼 바다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암초에 둘러싸여 곤란을 겪는 모양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아시아의 복병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평가전을 치른다. 앞서 웨일스를 상대로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치른 5경기에서 무승(3무2패)에 허덕이는 처지라 승리가 절실하다.
역대 외국인 사령탑을 통틀어 부임 직후 5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클린스만 감독이 유일하다. 벌써부터 축구계 안팎에서 “사우디에게 패할 경우 선장 조기 교체를 바라는 목소리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이 5경기 만에 벼랑 끝에 몰린 건 결과와 과정 모두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간 치른 A매치에서 자신만의 또렷한 전술적 색채를 보여주지 못 했다. 뿐만 아니라 주로 해외에 체류하는 등 대표팀에 온전히 집중하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감독 자신은 10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내가 일을 잘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모든 기준은 2024년 1월에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이 되어야 한다. 나는 자신 있다”며 당장의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현재의 업무 시스템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언급한 그는 “내가 한국을 떠나 집(미국 캘리포니아)이나 유럽에 머물 때도 내 업무의 90%는 대표팀 관련 일들이다. 개인적인 용무는 10% 정도”라 해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그는 “부임 당시 내가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거나, 아시안게임과 병역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계약 당시부터 국내 거주에 대해 여러 차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팬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당분간 계약 조건 및 근무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사우디와의 A매치 평가전이 클린스만호의 운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9일 코스타리카(46위)에 1-3으로 완패했다. 최근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전 맨체스터 시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A매치 연패 부진이 5경기까지 이어졌다. 근래 들어 흔들리는 사우디의 흐름을 감안하면 맞대결에서 승리 이외의 결과는 클린스만호에게 실패다.
문제는 사우디가 얕잡아 보기 어려운 면모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은 전력이 있다. 상대전적에서도 한국에 6승7무4패로 앞선다.
사우디와의 맞대결에서 어떤 흐름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의 여부가 클린스만호의 향후 행보에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사우디 부진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만치니 감독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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