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외면하는 국힘 "명분 찾기 어려워서..."
[곽우신 기자]
"우리 당 입장에서는 명분을 찾기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의 단식이 12일차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외면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그 이유로 '단식의 명분을 찾기 어렵다'를 들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여권 인사들의 비난과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지난 7일, 관련 질문이 나오자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라며 "잘 모르겠다"라고 기자들에게 반문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왜 방문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국민의힘은 여러 채널을 동원해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방탄 단식'으로 규정하고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어 왔다. 야권 일각에서는 과거 제1야당 대표가 단식했을 때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도의상 야당 대표를 방문했던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오후,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여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지 않는지에 대해 이전보다 비교적 상세한 이유를 댔다.
▲ 단식투쟁 12일차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 누워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선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우리 당 입장에서는 '명분을 찾기 어렵다' 그렇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명분을 가지고 단식을 하고, 또 주장이 일정 부분 국민적 공방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 당이 같이 정치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그런(단식 현장을 도의상 방문하는) 입장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 우리 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왜 단식하는지, 명분을 찾지 못했다"라며 "지금 인간적인 부분은 별도로 하고, 명분 없는 단식"이라고 지적했다. "방금 기자가 말한 것처럼 (먼저 여당에서) 손을 내밀고 이런 데 대한 고민이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윤 원내대표는 "명분을 갖고 단식을 하면 우리가 정치하는 입장에서 항상 역지사지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손을 내밀어야 하고 그런 상황인데, 우리 당은 국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복잡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라고 부연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내세운 단식의 명분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단식을 향한 국민적 지지 여론도 찾을 수 없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신 그는 같은 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은 단식하고 있는 야당 대표를 구급차까지 대기시키며 불러서 조사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고, 국민들께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시는 것을 잘 알기에 시간을 끌거나 추가 소환이 필요한 방식으로 조사를 할 리가 없다"라며 그의 단식이 검찰 수사를 면피하기 위한 '방탄용' 단식이라고 몰아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이쯤 되면 불체포특권 포기 번복을 위한 명분 쌓기 말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며 "검찰 수사에 앞서 단식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민주 투사 코스프레로 자신의 부끄러운 혐의를 포장하며 당 소속 의원들로 하여금 사법시스템을 모욕 주는 것이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당당한 태도라면, 국민들의 이해와는 그 의미가 한참 다른 것 같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 발언하는 윤재옥 원내대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한국노총 방문에 '노정 야합'이라며 비난한 여당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찾아 '노란봉투법 조속 처리'를 요구한 것을 두고 '노정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사측이 노동조합의 파업에 따른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으로, 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이 그 핵심이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개혁'을 '데스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이재명 대표와 이권 카르텔의 야합이 대한민국 성장 동맥을 막고 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노란봉투법은 이미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 위기 속에 있는 산업 생태계를 전복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미래는 대한민국의 샛노란 하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편향된 국가를 망칠 악법을 노동자-서민법, 사회정상화법으로 포장하는 몰상식과 몰염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며 "민주당의 주먹구구식 표퓰리즘 전횡으로부터 거대노조, 공공기관·공기업 카르텔, 사교육 카르텔, 언론의 탈을 쓴 공작단체 등 개혁을 방해하는 암세포들의 저항이 거세다"라고까지 표현했다.
김 대변인은 "사회 전반에 울려 퍼지는 개혁의 목소리를 '정치 탄압'으로 매도하는 부패 정치인과 기득권 카르텔이 손을 맞잡고 민생을 걱정하는 거짓된 연출만 일삼고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재도약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야합의 고질병자'들과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민의 진정한 권리를 되찾아 올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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