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8 야구 대표팀, 4년 만에 월드컵 동메달 따냈다
[박장식 기자]
▲ 기장 대회 이후 4년 만에 시상대에 오른 U-18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동메달 결정전 직후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박장식 |
U-18 야구 대표팀이 부산 기장에서 열린 대회 이후 4년 만에 청소년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대표팀은 10일 대만 타이베이 시립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3·4위전에서 4대 0으로 승리, 값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악재도 참 많았다. 태풍으로 인해 타이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예선 경기가 슈퍼라운드까지 이어지는 등 선수들의 컨디션이 우려되는 일도 많았고, 선수들이 크고 작은 몸앓이를 하는 등 선수들의 기량 역시 100%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예선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미국을 상대로 투혼을 발휘해 복수에 성공했다.
특히 김택연(인천고)의 투혼이 빛났다. 김택연은 많은 경기에서 등판하며 '마당쇠' 역할을 해왔다. 그런 김택연이 3·4위전에서는 경기의 시작과 끝을 모두 장식하는 완봉승의 투구를 펼쳤다. 사실상 한국의 메달을 만든 김택연은 '안방마님' 이상준(경기고)과 함께 이번 대회 올스타에도 선정되었다.
일찍 승기 잡고, '강철 어깨' 김택연 던지고
지난 슈퍼라운드 경기에서는 좋지 못한 컨디션 속에 5대 1로 패배를 내줬던 미국. 그런 미국과 3·4위전에서 극적으로 만남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날 문용수 코치(율곡고 감독)의 공언대로, 컨디션이 좋았던 대한민국은 경기 초반부터 득점을 만들어내며 승기를 잡았다.
▲ 10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U-18 야구 월드컵 시상식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 입장하고 있다. |
ⓒ 박장식 |
마운드에서는 김택연이 위력투를 발휘했다. 동료 선수들이 '강철 어깨라 아무 때나 던져도 괜찮다' 놀리곤 했지만, 김택연은 정말 동료들이 지어준 별명다운 활약을 펼쳤다. 김택연은 1회 말을 출루 허용 없이 막아낸 뒤, 2회에도 병살타를 유도하고 삼진을 잡아내며 어렵지 않게 이닝을 마쳤다.
특히 3회에는 김택연의 '삼진쇼'가 펼쳐졌다. 김택연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자마저 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택연의 투구에 미국 선수들은 자꾸만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 김택연의 호투에 동료들도 화답했다. 4회 초 추가 득점을 만들어 낸 것. 조현민(충암고)이 선두타자 출루를 성공시킨 데 이어, 이율예(강릉고)가 번트 작전을 통해 조현민을 득점권에 올렸다. 타점은 '안방마님' 이상준의 몫이었다. 이상준은 우측으로 가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조현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스코어는 3대 0.
김택연의 호투는 경기 중후반에도 이어졌다. 김택연은 4회에도 2아웃 상황 상대에 2루타를 허용했지만, 마지막 타자를 땅볼로 잡아내며 4회를 마쳤다. 5회에는 플라이, 땅볼, 삼진을 차례로 잡아내며 역투했다.
타자들 역시 '쐐기타'를 박아넣었다. 6회에도 조현민이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다. 조현민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이승민(휘문고)이 3루타를 쳐내며 조현민을 홈으로 불러들인 것. 경기 막판 스코어는 4대 0이 되었다.
김택연은 마지막까지 호투를 펼쳤다. 6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김택연은, 마지막 이닝에서도 단 한 명의 미국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삼자범퇴를 이루어내며 98번째 투구를 마쳤다. 한국의 극적인 메달이었다. 4년 만의 메달에 마운드의 김택연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 역시 모두가 그라운드 위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쁨을 나누었다.
▲ U-18 야구 월드컵 시상식 직후 '셀카 타임'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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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달은 '내우외환'이 겹쳤음에도 이루어 낸 극적인 메달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기상 상황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었다"면서, "특히 슈퍼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뒤 격려차 회식을 가졌다가, 선수들이 배탈이 나 고생을 많이 했다"며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선수들은 일본과 대만의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자신의 기쁨을 가감없이 나눴다. 시상식에서 누구보다도 환한 얼굴로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은 4년 만의 메달을 딴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모두 하나가 되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라며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WBSC가 제안한 '셀카 타임'에서 대표팀 주장 박지환 선수는 "얘들아, 꽃길만 걷자!"며 환호했고, 함께 한 달 가까이 동고동락한 선수들 역시 함께 환호하며 대회의 기쁜 마무리를 알렸다. 내외적 요인이 모두 겹쳐 힘들었던 '고난길'을 거쳐 마지막 '꽃길'을 걷게 된 선수들 다운 한 마디였다.
한편 이번 대회는 일본이 대만을 결승에서 2대 1로 꺾으며 일본이 금메달, 대만이 은메달에 올랐다. 아울러 이번 대회 김택연은 WBSC가 선정한 '베스트 10'의 투수 부문에 올랐고, 이상준 역시 함께 베스트 10에 오르며 한국 선수들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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