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기체 핵폐기물 투기의 '오랜 관행'에 맞서 싸우자"

청년과학기술자모임 2023. 9. 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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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강연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

8월 24일부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떠한 우려도 표하지 않았으나 대다수의 국민은 여전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으며, 가짜 뉴스나 괴담이 아닌 과학적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시작된 지 이틀 뒤인 8월 26일, 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Forum Of Scientists and Engineers for the People, FOSEP)은 '후쿠시마 오염수 쟁점과 대응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을 연사로 초빙하여 강연회를 주최하였다.

생물축적의 위험성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다핵종제거설비(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를 통해 오염수에서 62개 핵종을 걸러주며, 삼중수소를 비롯한 나머지 핵종의 경우 세계보건기구 식수 안전기준의 1/7 이하로 희석하여 방류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헌석 정책위원은 "생물축적을 고려한다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양에 방류된 방사성 물질이 생물 농축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먹이사슬 상위에 위치한 일본산 수산물은 생물 증폭을 통해 체내 방사능 농도가 증가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일본 정부의 검사 결과에서조차 다양한 형태의 농수축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고, 방사능 기준치를 상회하는 수산물의 발견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비록 한국은 현재 동일본 지역 8개 현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해당 지역의 수산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원산지 허위 표기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각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 수입재개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일본은 2015년에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규제'를 이유로 한국을 WTO 제소하였는데, 1심 패소 결과를 뒤집고 2019년 2심에서 한국이 승소했다. 당시 우리 정부가 내세운 논리의 핵심은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지 않는다면, 정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은 절대 재개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일본은 정부는 집요하게 수입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해양 방류는 필수 불가결하지 않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저장 탱크는 1073개이며, 전체 용량은 133만7000여 톤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 오염수 저장 공간이 포화 상태이며, 향후 핵연료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오염수를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헌석 정책위원은 "해양 방류가 아닌 육상 보관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관 중인 오염수의 양이 서울 잠실 석촌호수 담수량(약 636만 톤)의 1/4 정도로, 육상 보관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2021년 완공된 울산석유비축기지의 저장용량이 약 163만 톤에 달하기에 그 정도 양의 오염수를 보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육상 보관소 건설 부지에 대해서도 발전소 반경 20km에 대해 주민 출입이 통제되고 있기에 해당 지역에 건설이 가능하다.

또한, 오염수의 발생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 양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오염수의 발생량이 줄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2014년 일 평균 오염수 발생량은 540톤에 달하였으나, 일본 정부가 차수벽을 설치하여 지하수의 발전소 유입을 막았기 때문에 현재는 일 평균 90톤의 오염수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3만3000톤에 해당하는 양이므로, 일본 정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이며 원전 사고의 책임이 있는 나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핵폐기물 투기의 관행을 극복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해외 핵발전소나 핵재처리 시설에서도 삼중수소를 해양이나 대기에 배출하고 있으며, 일본 이외 핵시설에서 방류하는 삼중수소의 양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양이 극히 적다고 주장한다. 핵연료봉이 녹아내린 초유의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 방류를 정상 가동 핵발전소에서의 배출과 교묘하게 비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헌석 정책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관행적으로 배출해온 것이 사실이며, 한국도 이에 관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방출량 3~4년치는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전체 삼중수소의 양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정책위원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바닷물에서 인공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정도로 과거 핵무기 보유국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는 관행적이었다.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1996년 런던 의정서가 채택되었으나, 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아닌 해양 '배출'은 금지되지 않았으며 원전 재처리수 등의 '배출'은 여전히 전 세계적인 관행으로 남았다. 일본은 이러한 관행을 근거로 오염수 방류를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다(다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투기로 볼 것인지, 배출로 볼 것인지에 대한 쟁점은 남는다).

이에 이헌석 정책위원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관행 그 자체를 탈피하자는 담론의 전환을 제시했다. "바다에 '액체 핵폐기물을 버리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핵폐기물 해양 방류에 관행에 대해 반대하여야 하며, 핵폐기물의 배출을 허용하는 런던 의정서를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전체를 핵폐기물 무방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오염수 방류에 대해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헌석 정책위원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8월 24일 단 한 차례로 종료된 것이 아니며, 향후 30년간 추가 방류가 예정되어 있기에 아직 방류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며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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