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 감독은 경질, 축구협회장은 사퇴…스페인 '기습 입맞춤' 거센 후폭풍
김명석 2023. 9. 11. 15:44
사상 처음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정상에 올랐던 스페인 축구계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월드컵 시상식 자리에서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여자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월드컵 우승을 이끈 감독은 경질됐고, 축구협회장은 스스로 사퇴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은 11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현재 스페인축구협회 회장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부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여자월드컵 시상식에서 여자 선수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한 지 20일 만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자리를 지키는 건 스페인 축구협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았다. 내 사퇴가 2030년 FIFA 월드컵 유치 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 뒤 이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는 “진실이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결백함을 재차 주장했다. 선수 동의를 얻은 행위였다는 게 그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앞서 지난달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FIFA 여자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여자 선수인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춰 논란이 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가벼운 포옹의 수준을 넘어선 스킨십을 반복했다.
결국 외신들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추태가 알려졌다. 입맞춤을 당한 에르모소는 논란 직후 “엄청난 기쁨 속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이었다. 회장과 관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공교롭게도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한 입장이었다. 이후 그는 노조인 풋프로와 에이전트 등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처벌을 요구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을 향해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의 비판 목소리가 쏟아진 건 물론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던 루비알레스 회장은 결국 사과했지만, 회장직 사태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에르모소의 동의를 얻은 입맞춤이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선수 측은 여전히 반발했고,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도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대표팀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결국 FIFA와 스페인 검찰까지 나섰다.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일단 90일 간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고, 스페인 검찰도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감독을 제외한 스페인 여자대표팀 코치와 다른 연령별 대표팀 코치도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했다.
코치진의 전원 사퇴 속 호르헤 빌다 감독만 홀로 남았지만, 스페인축구협회 차원에서 결국 빌다 감독을 경질했다. 스페인 여자축구 사상 최초로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끈 뒤 보름여 만에 경질당한 것이다. 빌다 감독은 여자 월드컵 우승팀 감독이지만 지난해 9월 대표팀 선수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때 루비알레스 회장이 힘을 실어줬다. 반대로 루비알레스 회장이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협회 임시 총회 자리에서 박수를 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빌다 감독이 사퇴한 뒤 닷새가 지난 11일 결국 루비알레스 회장도 스스로 물러났다. “진실이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툼의 여지를 남겼지만 여자 월드컵 우승 이후 20여일 만에 코치진부터 감독, 그리고 축구협회장까지 잇따라 스스로 물러나거나 경질된 것이다. 사상 첫 여자 월드컵 우승이자 독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남·여 월드컵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스페인 축구계에 불어닥친 후폭풍이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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