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시설 '폐기물소각장'에 가려진 사실들
[조건희]
폐기물 소각장은 그 자체로 필수시설이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증기와 열이 전기 생산이나 지역난방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자원순환시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그곳을 일터로 삼은 노동자들의 실태는 가려져왔다.
▲ 노동자들이 소각시설 운전관리업무를 하는 모습. |
ⓒ 곽경준 |
'필수 시설'이 가려온, 일터로서의 소각장 유해 요인 드러내기
곽경준 분회장은 경기도 화성시·오산시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화성그린환경센터에서 2010년부터 소각시설 운전관리 업무를 해왔다. 지금은 환경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처리할 폐기물은 먼저 파쇄 과정을 거친 뒤 컨베이어를 따라 소각로에 투입됩니다. 이후 2단계의 연소를 거치며 배기가스가 나오는데요. 온도도 1200℃ 정도로 매우 높고 오염 물질도 함유돼 있습니다.
그래서 가스가 보일러를 통과할 때 열과 증기를 회수해 온도를 낮추고,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굴뚝으로 배출합니다. 운전팀은 폐기물 투입부터 연소, 배기가스 처리, 잔재물 배출까지의 공정을 총체적으로 유지·운전·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운전 장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즉각 보수하기도 합니다.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암모니아수를 분사하는데, 밸브를 이용해 유량 조절을 하기도 합니다."
비산 먼지 및 고열, 적은 인원으로 24시간 돌아가며 일하게 됨에 따른 건강 영향, 소각장 노동자들이 처한 위험 요인을 물었을 때 반복돼 나온 문제들이다.
"화성 소각장은 뜨거운 모래로 쓰레기를 태우는 '유동상 소각로'입니다. 미리 예열해둔 '유동사'라는 모래가 소각로에서 파쇄된 폐기물과 접촉하며 열분해가 이뤄집니다. 그 유동사 설비에서 나오는 먼지가 상당해요. 분진이 피부에 묻으면 안 떨어져요. 먼지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이직 사유 중 하나로 나올 정도입니다.
소각장 안은 정말 뜨거워요. 어제 정부 기관에서 조사를 나와서 저도 같이 다니며 안내했는데요. 최상층 폐열 보일러 드럼에 올라갔더니 50℃가 넘더라고요. 열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배기 팬이 천장에 있는데, 시험 운전할 때는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가동 못 하게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죽겠는데 어떻게 해요. 지금은 가동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온도가 60~70℃까지 올라갔어요. 소각로 운전을 하며 힘을 쓰기 위해 가이드 바에 기댔다가 화상을 입은 적도 있고요.
소각로는 연 2회 정기 보수할 때, 설비가 갑자기 멈춰서 긴급히 보수할 때를 제외하고 24시간 내내 운전 중이에요. 노동자들도 이에 맞춰 교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3조 2교대였고, 4조 3교대, 4조 2교대로 운영되다 2017년 상반기부터 4조 3교대로 일하고 있어요. 인원이 너무 없고 교대 주기가 빠르게 바뀔 때는 정말 못 버티겠더라고요. 생체리듬이 너무 깨지고 잠을 잘 못 이루는 경우도 많았죠."
일터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건강을 방기한 회사에 맞서, 노조는 보호구 개선이나 국소 배기장치 설치, 누수 인원 없는 인력 확보를 계속 요구해왔다. 그렇게 더디지만, 꾸준하게 변화를 만들었다.
"예전엔 3M 마스크를 보호구라고 지급했어요. 바꾸라고 요구해서 지금은 방진 필터가 부착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국소 배기장치나 집진기도 추가하고 있고요. 시간이 지나며 먼지 제거가 잘 안되는 등의 문제가 새로 발생하기도 해서 관련 대책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불꽃이 나오는 환경에서, 유니폼과 목장갑만 착용한 상태로 소각장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도된 적이 있어요. 저희도 같이 이슈로 만들었고요. 이후 소방관이 입는 방열복을 받았습니다.
교대제 관련해서도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어요. 교대제 노동자 건강권 보호의 1순위는 인원 누수 없이 많이 뽑아서, 최대한 생체리듬을 덜 흔드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거죠. 저희는 한 조에 8명인데요, 정원 확보 조항을 단협으로 맺었고 회 사에 이를 준수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민간 위탁 아닌, 지자체 직접 고용으로 전환을
IMF 이후 본격화된 민영화와 외주화의 물결은 폐기물 처리시설에도 작용했다. 많은 지자체는 1998년부터 이들 시설을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지자체는 운영을 위탁했다는 이유로, 업체는 돈이 없거나 손실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노동자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다. 화성 소각장도 마찬가지다. 곽경준 분회장은 그 구조 속에서 겪었던 임금 삭감이나 경력 초기화 등의 경험을 공유했다.
"처음에 소각장을 시험 운전할 때는 시험 운전 전문업체가 운영했는데 수익이 안 난다고 중단했어요. 이후에는 새로운 용역회사가 시공사인 GS건설과 공동 도급 형태로 소각장을 운영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노동자들은 용역회사 소속이었고요.
초기에는 임금 갈취가 매우 많았고 연차도 없었어요. 회사는 장비 정비 기간에 쉬는 게 연차라고 이야기했죠. 한편 화성시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처리해야 할 폐기물 양도 점차 늘어났어요. 소각로 두 호기를 동시에 가동해야 했는데, 적은 인원으로 계속 운영되다 보니 하루도 쉬지 못하고 몇 주간 주야 맞교대로 일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힘들게 일한 후 그나마 나온 야간수당을 회사가 절반 이상 후려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불만이 고조되면서 2012년 10월에 노조를 만들고 2013년에 최초로 임단협을 체결했어요.
이전 용역회사가 시와 재계약을 여러 번 성공하면서 10년간 운영했어요. 그동안은 고용승계나 경력, 연차 휴가가 연속성을 가졌죠. 그런데 2020년부터 지금의 회사로 업체가 바뀌면서 저희는 신입사원이 되었어요. 한 조합원은 그간의 재직 기간이 인정되지 않아 대출이 막힌 적도 있고요. 입찰 과정에 또 들어가게 되면, 조건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 속 고용승계나 임단협 승계 투쟁을 또 해야 할 수도 있겠죠."
곽 분회장은 "위탁을 공공에 주든 민 간에 주든 비슷"하기에, 지자체가 직접 노동 자들을 고용해 책임지는 것이 중요함을 계속 강조했다.
"저희는 특정 회사가 좋다 그런 거는 없어요. 위탁은 어디나 똑같아요. 그렇기에 계속 직영 전환을 얘기하고 있어요. 용역회사가 아니라, 시에서 직접 고용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죠."
사업장을 넘어, 노동자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활동을 위해
2021년 안전보건공단은 <폐기물 소각장 근로자의 유해 요인과 건강영향조사>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각장 노동자들에게서 다이옥신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3배 넘게, 벤조피렌은 기준치의 44배가 검출됐다. 그럼에도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경기도에 맞서, 화성소각장분회를 비롯한 여러 노조들이 전수조사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싸움에 나섰다.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에 관련 부서와 만났어요. 경기도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발을 빼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분회를 포함해 각 소각장 분회마다 단체 협약을 체결할 때, 다이옥신의 혈중 혹은 요중 농도 검사를 공동으로 넣으려 했어요.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건강영향조사 등을 받을 때 노동자들도 같은 수준으로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예산 문제 를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지역 주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소각장 차원에서 주민지원협의체 회의를 한다던데, 노조에서 참여하고 있지는 않아요. 거기가 꼭 아니더라도, 주민 기구와 연결되면 '관련 검진과 치료, 예방을 지자체에 요구하시라, 우리도 같이 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소수노조, 노조로의 미조직, 타임오프, 교대제... 사업장을 넘어 여러 노조나 지역 차원에서 함께 행동하는 걸 방해하는 조건이 많다. 그럼에도 공동 요구안을 만들어 활동하는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화성노동안전 네트워크(화노넷) 활동을 비롯한 화성소각장 분회의 고민과 과제를 들어봤다.
"사업장 울타리 밖으로 활동하기 어렵죠. 노동자들도 교대로 일하는 환경에서 뭉치기 어렵기도 하고요.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화노넷에 들어갔어요. 지역 차원에서 연쇄적으로 엮이는 문제들을 접할 수 있고, 시민단체나 정당, 노동조직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에 기대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화성시 화일약품 공장에서 아세톤이 폭발하여 노동자가 숨졌는데요. 올해 6월 메탄올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화성시도 손 놓고 있었고 회사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걸 드러내고 규탄하는 활동 등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이나 오폐수, 음식물 관련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매우 힘들죠. 이런 기초시설 노동자들이 어떤 노동을 하는지, 실정이 어떤지를 주민협의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잘 알 수 있도록 홍보되면 좋겠습니다. 시설의 절대다수가 위탁 운영되고 있고 회사가 다르지만, 화성시 노동자들이나 화노넷 등과 함께 연대하여 정규직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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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9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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