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원상회복’…18개월만에 한 가마 20만원대 진입
재배면적 줄자 상승세…산지재고 감소
올 수확기까지 오름세 전망…소비자가↑
“쌀 소비 촉진 방안·타작물 전환 필요”
지난해 생산과잉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쌀값이 18개월 만에 20만원대를 넘어섰다. 정부가 올해 쌀값 20만원(80kg) 유지를 약속했던 만큼 앞으로의 가격 유지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 산지 쌀값은 20㎏당 비추정평균 4만9851만원으로 직전 조사일인 지난달 25일보다 1.2%(606원) 올랐다.
통계청은 매달 5·15·25일 전국 산지 쌀값을 20㎏ 기준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산지 쌀값 산정 방식 개편 전 적용했던 단순평균 기준으로는 20㎏당 5만172원으로 전순 대비 1.1% 상승했다. 이를 한 가마(80kg) 로 계산하면 20만688원이다.
단순평균은 조사 대상업체의 쌀값을 모두 더해 업체 수로 나눠 평균값을 도출하는 셈법을 사용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비추정평균은 도입해 조사 중이다. 기존 단순평균 방식이 실제보다 과다 계상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편된 방식이다.
대상업체 유통량에 가중치를 매겨 쌀값을 내는 만큼 대표성 제고와 정확성 등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2022년산 공공비축미 매입 등에는 기존 단순평균 쌀값이 적용됐다.
쌀값은 해마다 감소하는 쌀 소비 영향과 과잉생산 등으로 지난해 3월 5일 기준 단순평균 5만128원을 기록한 뒤 4만원대로 내려앉으며 하락세에 머물렀다. 작년 수확기인 9월 25일에는 4만393원까지 급감해 한 가마에 16만원대로 형성됐다.
이같은 쌀값 폭락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대책이 필요하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매년 9월께 생산량과 다음연도 수요량을 추정해 생산량이 수요를 3~5% 초과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격리하는 것을 골자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부쳐졌으나 최종 부결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후속조치로 쌀값을 수확기 때 80㎏ 기준 20만원 수준으로 갈 수 있게 정책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 맥을 못 추던 산지 쌀값은 회복세를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이후 점차 안정세를 보이다 1년 6개월 만에 20만원으로 올라섰다.
산지 쌀값이 반등세를 보인 이유로는 산지 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쌀값 폭락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농가와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이 쌀값 하락 우려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됐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월 산지유통업체 재고량은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78%, 24.4%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농경연은 농협보다 오히려 민간 RPC 재고 감소 폭이 이달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올해 역대 최소를 기록한 벼 재배면적도 쌀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70만8041㏊로 1년 전(72만7052㏊)보다 2.6% 감소했다. 1975년 이후 역대 최소치다. 농경연이 예상했던 올해 벼 재배의향면적(71만1000㏊)보다도 적다.
쌀 소비량이 지속 감소하면서 다른 작물로 갈아탄 농민이 늘면서다. 쌀 수급균형을 위한 논 타작물 재배 지원 등을 시행한 영향도 있다. 논에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심으면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앞으로도 정부가 수확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앞선 쌀값 폭락 사태가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배면적이 감소해도 당해 수확량이 좋으면 쌀값이 저렴해질 우려도 있다.
이와 동시에 산지쌀값이 20만원을 돌파하면서 소비자가격 상승에도 영향이 미칠 예정이다.
쌀 소비자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를 보면 8일 기준 쌀 20㎏ 소매가는 5만4656원으로 전년(4만8348원) 대비 13% 올랐다. 평년보다도 3000원 넘게 늘어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는 쌀값이 오르면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정부 차원에선 쌀값이 20만원 선으로는 유지돼야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원활한 쌀 수급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 등을 매입하는데 쌀값이 일정 가격 대비 떨어지면 예산이 더 쓰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연말까지 공공비축미 40만t을 매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쌀값 안정에 다가가기 위해선 소비 촉진 방안과 타작물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 가마당 20만원 정도는 돼야 생산비와 지속 가능한 쌀 경영을 할 수 있다”며 “쌀 소비는 줄고 공급은 과잉되는 상황에서 쌀에 편중된 농업 구조를 바꿔 타작물 자급률을 높이고 소비를 늘릴 방안을 강구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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