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혁신…포드가 깔아놓은 판 테슬라가 뒤엎는다
토요타생산방식, 불필요한 낭비 줄여 품질·고객 만족 향상
기가캐스팅, 전기차 대중화 위해 생산비용 절감·공정 효율
“5%가 아닌 95%의 사람들을 위한 물건을 만들겠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업주인 헨리 포드의 경영 철학 덕분에 현재 전 세계 운행 자동차는 15억대에 달한다. 100년 전 한 기업가가 도입한 컨베이어벨트 생산방식은 자동차 산업 한정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 발전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현대 문명인에게 자동차는 좁게는 개인 출퇴근과 같은 일상부터 넓게는 국가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에 또 한 번의 변곡점이 찾아오면서 현재 새로운 제조혁신도 등장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기가 캐스팅’을 속속 도입하면서 새로운 제조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1900년 초 포디즘, 1980년대 토요타 생산 시스템에 이은 세 번째 제조혁신으로 불린다.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 대중화 이끈 포디즘
지금도 자동차는 일반 대중에게 부동산 다음으로 높은 경제가치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주민등록인구에서 두 명 중 한 명은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해 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차는 부유층 특권의 상징이었다. 숙련된 기계공이 수제로 소량 생산하는 방식의 고가 제품이었기에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하지만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편리함을 다수가 누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이 선행돼야 하기에 포드는 세계 최초로 컨베이어벨트를 개발하고 분업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식으로 1908년에 탄생한 최초의 보급형 자동차 포드 ‘모델 T’는 각진 외형과 검은색으로 통일됐다. 검은색 페인트가 가장 빨리 마르고 한가지 색만 칠해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포드의 자동차는 850달러의 합리적 가격대로 대중 접근성을 높여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와 분업 시스템은 그의 이름을 따 ‘포디즘’으로 명명됐으며 대량생산 시대를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또 포드는 노동시간은 줄이고 임금을 두 배로 올려 노동자들도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만들었고 중산층을 확대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경제력이 생긴 중산층이 자동차 구매를 더 많이 하면서 자동차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재고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춘 토요타 생산방식(TPS)
포디즘으로 자동차가 규모의 경제가 가능했다면 1980년대에 등장한 토요타 생산방식은 제조 낭비를 없애 품질을 끌어올렸다.
토요타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필요한 양만 생산하도록 하는 JIT(Just In Tome) 시스템 혹은 토요타 생산시스템(TPS) 중점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의 1위로 올라섰다. 이 시스템은 한국을 포함해 포드, GM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속속 도입했다.
토요타는 기초에 철저한 관리방식으로 불필요한 낭비와 불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 과잉생산, 대기, 운반, 재고, 생산동작 등 전반적인 낭비와 기회손실비용을 줄여 원가 절감을 하고 고객에게 양질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했다.
토요타는 그중 과잉생산으로 발생하는 재고를 가장 큰 낭비로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공정에서 만들 물건을 후공정으로 보내는 기존 방식에서 후공정에서 전공정으로 필요한 물품을 가지러가는 후공정 인수로 변경했다. 이로써 시간적, 공간적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으로 재고가 쌓이는 현상이 방지되면서 재고비용도 효과적으로 줄였다.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전기차 대중화 이끌 카드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포디즘은 ‘공급자 중심’에 적합한 제조방식이었다. 하지만 현대 소비자들의 성향은 통일된 기성품이 아닌 개인의 특성과 기호를 반영한 상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고객의 각기 다른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 변화했다.
여기에 전기차 대중화 초입 단계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의 가격 경쟁도 시작됐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외 60%에서 생산비용을 줄여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또 한 번의 제조 혁신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생산효율은 높이고 전기차의 가격을 내리기 위한 핵심적인 방식으로 ‘기가 캐스팅’이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가 선도한 기가 캐스팅은 커다란 부품을 일체형으로 한 번에 찍어내는 방식이다. 이로 기존 수십개의 부품을 용접하지 않을 수 있어 공정은 효율화되고 비용과 무게도 낮출 수 있게 됐다.
토요타, 볼보,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유사한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하이퍼 캐스팅’이란 상표권을 출원을 해 기가 캐스팅을 벤치마킹한 제조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과거에는 주문 생산이 아닌 양산으로 했지만, 이제는 수요자의 요구를 즉시 충족시켜야 한다”며 “컨베이어벨트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점점 더 주문 생산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 절감의 가장 빠른 지름길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지만, 디지털팩토리에서는 오히려 다양한 직종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제조 변화로 생긴 직종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차량 소프트웨어 인력이 과거에는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 업체당 1만 명 이상씩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상당이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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