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야 끝?' 출구 없는 이재명 단식…중진들 만류에도 속행
중진들 "건강 회복해야 산적한 문제 해결"
만류에도 자리 지키며 이부자리 펴고 누워
권칠승 "李, 12일 검찰에도 단식 상태 출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로 단식 12일째에 접어들면서 당내 만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대표 본인은 단식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부터 국회본청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자리를 깔고 눕는 것을 반복 중이다. 이 대표의 단식에 정부·여당이 여전히 반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 대표가 쓰러지는 것 외에는 단식의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건강 악화로 인해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는 이 대표가 공개된 당무 일정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조사를 받은 다음날이었던 10일부터 단식 천막에 누워있는 경우가 잦았다. 단식이 길어지는 가운데 8시간가량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체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불참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공식 회의에도 못 나오셨다"라면서 "YS(김영삼 전 대통령) 단식 때나, DJ(김대중 전 대통령) 단식 때나, 야당 지도자의 단식 때는 의례적으로라도 정부·여당이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고 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오히려 야당 대표의 단식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이런 비인간적인 정권은 처음 본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이 대표의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라면서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마무리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다시 잡고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여다보고 한 번쯤은 위로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텐데,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이런 인지상정을 기대하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 수사'라 규정하며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도 이어갔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9일 진행한 이 대표에 대한 조사가 건강상 이유로 중단되면서 오는 12일 재소환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12일 오후 검찰에 한 번 더 출석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중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에 따라 오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보고가 올라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켜보기조차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 대표는 단식 10일째에 스스로 검찰청을 찾았지만 검찰은 또다시 재소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목숨을 건 단식 앞에 검찰은 정치 수사, 망신주기 수사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명이 위태로운 절박한 상황조차 검찰이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은 오히려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찰의 행태가 정치 수사라는 것을 방증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단식 중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최초의 야당 대표"라면서 "이 대표를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엮어보려는 검찰 수사는 전형적인 검찰 스토킹 수사"라고 맹폭했다. 그는 "이재명 범죄자 만들기 검찰 스토킹이 엽기적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중진의원들도 이 대표가 체력적 한계에 봉착한 만큼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30여분간 이 대표의 단식 농성과 관련한 논의를 한 뒤, 이 대표가 천막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농성장으로 향했다.
농성 천막에는 박병석·김상희·김영주·김태년·노웅래·설훈·안규백·안민석·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의원이 방문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이 대표에게 "단식을 시작한지 열흘이 넘었고 건강과 체력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를 빌려서 정부·여당도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지켜 주시기를 당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권의 관심이 오로지 폭력적인 권력 행사 그 자체에만 있고 권력이 추구해야 될 핵심적인 과제인 민생이나 경제·평화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면서 "이런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야당이 하는 일도 너무 제한적이다. 말을 해도 속된 말로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를 찾은 뒤 기자들을 만나 "(앞서 중진들의 회관 회동에서) 이 대표가 이제 단식을 그만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라며 "정부·여당이 코빼기도 안 비치는데 저러다 대표가 쓰러지면 어떡하냐. 헛고생이다. 이런 정부·여당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헛고생'이라는 평가가 나옴에도, 이 대표의 자의로 단식이 중단될 가능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결국 이 대표가 쓰러져야 단식이 끝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이 대표를 들어가서 쉬게 해야 한다"라는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중진들이 떠나자마자 이부자리를 펴고 다시 자리에 눕기도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오전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아직까지는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오후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일정 관련 브리핑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건강 상태를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일(12일) 나가서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라고 했다. 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12일 오후에도 '단식 상태'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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