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또 멀어졌지만, 웃을 수 있는 한화
[이준목 기자]
▲ 끝내기 안타 치고 축하받는 정은원 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1회말 1사 만루 한화 정은원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팀원들에게 축하받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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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가을야구는 멀어졌지만, 실망스럽지는 않다. 프로야구 2023시즌이 막바지로 향해가는 가운데 한화 이글스가 '유종의 미'를 기약하며 희망을 그려나가고 있다.
한화는 지난 9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8로 승리하며 고척 원정 4연전을 모두 스윕했다. 한화가 4연전으로 열린 시리즈를 스윕한 것은 2003년 이후 무려 20년만이었다. 6일 대전 SSG전부터 포함하면 팀 6연승의 파죽지세다. 9월 월별승률은 8승 2패로 현재 10개 구단 중 NC 다이노스와 함께 전체 공동 1위다.
정규시즌 26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한화는 50승 6무 62패(.445)로 8위를 기록중이다. 5강권과의 격차는 10경기로 가을야구는 어렵지만, 4년 만의 탈꼴찌는 사실상 확정적이다. 한화는 9위 삼성(51승 1무 69패)에 3경기, 꼴찌 키움(51승 3무 77패)과는 무려 7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최하위 키움은 잔여경기가 13경기밖에 남기지 않았는데 설사 전승을 거둔다고 해도 한화로서는 5할 승률(13승)만 기록해도 최종 승률에서 키움을 앞선다.
또한 후반기 들어 하락세를 겪고 있는 롯데(55승 63패)와의 격차도 2경기로 근접하여, 한화는 최대 7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한화로서는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8시즌(3위, 77승 67패, .535) 이후 최고의 순위와 승률이 유력해졌다.
동네북 취급 받았던 한화의 변신
한화는 2020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암흑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최근 15시즌간 가을야구 진출은 1회(2018년) 뿐이지만, 꼴찌는 9번이나 기록하는 암흑기 장기화로 인하여 '프로야구 역대 최악의 구단'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올시즌도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계약 마지막해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당했다. 만일 올해도 꼴찌를 기록했다면 KBO리그 역사상 롯데 자이언츠(2001-2004)에 이어 두 번째로 KBO 역대 최장기간인 '4년 연속 꼴찌' 타이기록, 사상 첫 '첫 단일 구단 두 자릿수 시즌 꼴찌'라는 희대의 진기록까지 추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최원호 신임감독 체제로 팀을 재정비하며 반격에 나섰다. 7월 한때 8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5강권과의 격차를 2게임 차까지 좁히며 가을야구의 희망을 되살리기도 했다. 비록 뒷심부족으로 후반기에 다시 격차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여름 이후의 한화는 더 이상 상대팀들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승수자판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 한화 승리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 5 대 3으로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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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꼴찌 키움(8승 1무 6패)을 제외하면 우세한 팀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예년처럼 일방적으로 밀린 팀도 없다. 특히 리그 1, 2위팀인 LG에 6승 1무 6패, KT와 5승 1무 5패로 오히려 상위권 팀을 상대로 더 대등하게 맞섰다. 한화는 아직까지 두 자릿수 패배를 허용한 팀은 없으며 가장 많은 패배를 허용한 두산에게도 6승 9패(.400)로 4할대 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더 나아가 한화가 올시즌 잔여경기 순위판도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프로야구는 1위 LG가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KT-NC-KIA-SSG까지 네 팀이 2게임 차이 이내에서 물고 물리는 2위 다툼이 치열하다. 한화는 KT와 가장 많은 5경기, NC(4승1무 7패 열세)와 4경기를 각각 남겨두고 있다. SSG(5승 1무 8패)와는 2경기, KIA(6승1무8패)와는 1경기다.
기나긴 리빌딩의 성과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거포 노시환은 올시즌 유력한 MVP 후보, 2년 차 문동주는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노시환은 올시즌 홈런(30개)과 타점(96개), 장타율(.563) 부문에서 선두에 등극하며 커리어하이를 경신하고 있다. 개인 첫 3할-30홈런-100타점 돌파도 유력하다. 다만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NC)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전으로 인한 공백기가 변수다.
문동주는 8승 8패, 자책점 3.72로 선전하며 한화 토종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문동주는 현재 윤영철(KIA, 8승 6패, 4.19)과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한화에서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한 것은, 2006년 혜성처름 등장하며 혼자서 두 부문을 모두 싹쓸이한 류현진(토론토) 이후 17년 만이다.
여기에 한화는 내야진에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른 2004년 문현빈이 정은원의 부상 공백을 틈 타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마운드는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의 외국인 원투펀치에서 문동주까지 1~3선발이 자리를 잡았다. 또한 6연승을 달리는 동안 불펜진인 박상원, 장민재,이태양, 정우람, 주현승, 김범수 등이 신구조화를 이루며 뒷문을 잘 틀어막았다. 이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만큼 한화 야구가 '위닝 멘탈리티'를 회복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팀들에게 보통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되었다는 것은, 그저 실패한 시즌을 의미한다.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하는 6위에서 10위까지는 의미없는 거기서 거기일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한화에게는 1승과 순위 1계단 차이의 의미가 더 남다를 수밖에 없는 팀이다. 한화의 '보살' 팬들은 2018년 이후 정말 오랜만에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의 미래를 지켜보며 작은 위안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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