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언론기관장들 "윤석열 정권 목표는 전두환 시대"

박소희 2023. 9. 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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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정연주, 남영진, 권태선 공동기자회견... "보수언론이라고 무관? 안일한 생각"

[박소희, 남소연 기자]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과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 '해직 방송 기관장'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전 방송통신위원장 한상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정연주, 전 KBS 이사장 남영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권태선. 모두 '전직'이 돼 버린 언론기관장들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 모였다. 모두 윤석열 정부 들어 쫓겨난 이들이다. 

네 사람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한상혁 위원장 해임 후 3개월 사이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비판언론에 자행한 폭거는 쿠데타적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또 "이제는 신학림-김만배 대화 보도를 빌미로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비판 언론에 대한 수사 등 조사에 나선 것도 모자라 '사형'이나 '폐간' 등의 용어까지 들먹거리며 겁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며 "윤석열 정권의 목표는 KBS·MBC 경영진을 교체해 정권의 도구로 만드는 데에 그치는 것 같지 않다"라고 했다.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전두환 시대 언론환경"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보도지침'과 '언론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까지 퇴행하는 데 있는 것 같다. 비판보도를 하는 언론인은 검찰 수사 등을 동원해 겁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시켜버리며,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언론사의 보도내용에 일일이 개입함으로써 권력의 뜻에 맞지 않는 보도를 상시 검열하고, 나아가 그것을 보도지침화하는 그런 언론환경 조성이 이 정권의 최종 목표인 것 같다."

이들은 최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가짜뉴스 처벌을 운운하며 "언론탄압이라는 프레임에 너무 위축이 돼서 제대로 할 역할을 못한 부분이 있지 않나.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이 정권이 목표로 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 돌아가고자 함을 천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 사람은 물론 KBS 윤석년 이사, EBS 정미정 이사, 그리고 11일 진행 중인 방문진 김기중 이사 해임 청문 절차 역시 절차적 정당성 없이 위법으로 점철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전직 기관장들은 "언론 쿠데타가 끝끝내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현 정권 언론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언론계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행동해줄 것을 촉구하고 싶다"며 "일부 보수언론이나 소속원들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처럼 여기는지 모르겠으나 굴종만을 요구하는 권력이 그들에게만 숨쉴 공간을 허용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이하고 편의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또 "시민사회 역시 언론 문제를 먼 산의 불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자유롭고 비판적인 언론이 부재할 때, 시민사회의 중요한 의제 설정 기능에 미칠 영향과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이 감당할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권력의 퇴행을 막아내는 데 긴요한 사법부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법적 통제를 함으로써 헌정질서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 방통위원장이 현 방통위원장에게... "금도가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방송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이날 이동관 위원장은 언론 장악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언론인들을 피해 행사장 정문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통로를 이용해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 유성호
 
한상혁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대화 보도를 인용한 KBS와 MBC, JTBC의 팩트체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이동관 위원장을 향해 "금도(襟度)가 있다"고 쓴소리했다. 그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 정치권력이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강요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이걸 재승인 심사 과정에 넣는 것은 그렇게 (현 여권이 문재인 정부 시절) 비판했던 재승인제도를 언론사 입막는 도구로 쓰려는 것 아닌가, 이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정연주 전 위원장은 이동관 위원장이 방심위의 독립성마저 침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9월 4일 국회에서 이 위원장이 <뉴스타파> 인터뷰 관련해서 방심위에서 엄중조치할 예정이라고 얘기했다"며 "방통위원장이 독립기구인 방심위 업무에 대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사전에 개입해서 얘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심위라는 독립기구가 방통위 부속물 같이 작동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방심위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기자회견 직전 해임정지 처분 집행정치 신청이 받아들여진 권태선 전 이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교체해서 경영진을 바꾸고 그렇게 함으로써 공영방송을 정권이 장악하겠다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는데 저를 계기로 그 악순환이 끊어지고, 방송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 인용 결정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방문진 사무실로 출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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