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꺼냈다 하면 '자유', 대통령 주변에 누가 있길래

임병도 2023. 9. 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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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 뉴라이트 출신 포진... "대통령이 자기 세력 없어 끌어들였다" 분석도

[임병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3.8.15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육사 교정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까지 이념 전쟁이 뜨겁다. 윤 대통령의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이념 정치'를 보면 뉴라이트와 판박이다. 

뉴라이트는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신보수주의에 근거한 사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학생운동의 일부 세력이었던 '주사파' 계열 인물들이 전향 후 주도했다. 이명박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뉴라이트 세력은 그의 당선 이후 대거 정치권에 진입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때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며 싱크탱크 역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며 정치권을 벗어난 그들은 윤석열 정권에서 요직에 기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뉴라이트' 출신 주요 인사들  
 
 윤석열 정부 '뉴라이트' 출신 주요 인사들
ⓒ 임병도
 
윤석열 대통령 곁에는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윤석열 정권의 뉴라이트 출신 핵심 인물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한오섭 국정상황실 실장이다. 이들 3인방은 뉴라이트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인물들이다. 

김태효 차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을 시작으로 핵심 선거 참모이자 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후 대외전략비서관 등으로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과 외교를 담당했다.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정책실장으로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동아일보 정치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뉴라이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2008년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했고,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주역이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뉴라이트 싱크넷'의 운영위원장으로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 발간을 목표로 하는 '교과서 포럼'에도 참여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도한 육군사관학교 '기념물재배치위원회' 총괄 간사인 나종남 육사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이었다. 

뉴라이트 교과서를 통해 본 그들의 이념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출판한 <한국 근·현대사>
ⓒ 임병도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의 가장 큰 목표는 '교과서'였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 포럼'은 아예 대안 교과서라며 '한국 근·현대사'라는 교과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들이 교과서에 목을 맨 이유는 이념 정치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계속 강조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이명박 정권 시작부터 뉴라이트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용어이다. 특히 뉴라이트 세력들은 교과서에도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는 일제가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핵심으로 강제동원이나 식량 수탈, 일본군 성노예(위안부)는 없다고 주장하며 독립운동은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5·16 군사쿠데타를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으로 치켜세우면서 4·19 혁명은 학생운동으로 낮췄다. 

2008년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가 출판됐지만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한풀 꺾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뉴라이트도 완전히 소멸될 줄 알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하며 되살아났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뉴라이트 인사들과 함께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다. 국정교과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야 폐기됐다. 

뉴라이트와 함께하는 윤석열 대통령, 왜?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시내 한 호텔에서 한·쿡제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진 외교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외교비서관 등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보면 뉴라이트 세계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건국운동'"이라며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뉴라이트와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만들자는 움직임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포진한 이명박 정권에서 강력하게 추진돼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까지 구성됐다. 당시 집행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었다. 

뉴라이트 이념을 바탕으로 외교·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그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론'을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조현동 주미대사, 이도훈 외교부 2차관, 이충면 외교 비서관은 김 차장과 함께 일했던 인물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의 방향성이 뉴라이트 성향임을 알 수 있는 인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뉴라이트를 기용하는 이유가 정치 세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9월 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대통령이 사실 자기 세력이 없다"라면서 "구 우익인 국민의힘 대신에 뉴라이트를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고 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해 "한나라당과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선진 한국을 만드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뉴라이트연합 회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고쳐야 할 것이 많고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며 뉴라이트 인사들을 격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낡아빠진 이념으로 치부됐던 '뉴라이트'를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두 전직 대통령처럼 이들을 자신의 정치 세력으로 이용해 권력을 공고히 만들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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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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