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푸틴, 獨 갇힌 '암살자' 송환 원해"…러 억류 기자와 맞교환?
러시아 정부가 독일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자국 정보 요원의 송환을 원하며 이를 위해 러시아에 억류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등과 인질 맞교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WSJ는 서방 고위 관리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딤 크라시코프(58) 전 대령을 데려오기 위한 인질 교환에 관심이 있다"면서 "그는 푸틴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암살자(hitman)"라고 전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FSB) 출신인 크라시코프 전 대령은 2019년 독일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체첸 공화국 출신의 젤림칸 칸고슈빌리(당시 40세)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대낮에 많은 목격자 앞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독일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WSJ는 "이 사건을 통해 러시아가 해외의 적들에게 잔혹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서방에서 피난처를 찾더라도 러시아는 계속 추적할 것이란 메시지"라고 전했다.
목숨을 잃은 칸고슈빌리는 2차 체첸 전쟁(1999~2009년)에서 러시아에 독립을 요구하며 투쟁한 야전 사령관 출신이었다. 러시아 입장에선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그였기에 사망 직후부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푸틴 대통령은 칸고슈빌리 살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평소 칸고슈빌리를 "강도", "피에 굶주린 사람"이라 불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푸틴에게 눈엣가시였던 칸고슈빌리를 제거한 크라시코프 전 대령은 과거 러시아에서 일하던 시절 모스크바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약 1만 달러(약 133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또 고급 차량을 여러 차례 바꿔 타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WSJ에 따르면 크라시코프는 과거 군사훈련 시설을 찾아온 푸틴 대통령에게 "사격 잘한다"고 직접 칭찬받은 일화를 주위에 자랑하곤 했다.
크라시코프와 맞교환할 상대로 물망에 오르는 미국 측 인사는 현재 러시아에 구금된 미 해병 참전 용사 폴 휠런, 미국 시민권자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WSJ 모스크바 특파원 등이다. 미국 정부는 이들의 석방을 러시아 정부에 요구해왔다.
미 해병대 출신으로 기업 보안 책임자로 일했던 휠런은 2018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모스크바시 법원은 2020년 6월 그에게 간첩 혐의로 16년 형을 선고했다. 휠런은 현재 러시아에서 악명높은 모르도비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는 지난 3월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 상태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맞교환과 관련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크라시코프가 복역 중인 독일이 그를 미국의 '맞교환 카드'로 내줄 지 불분명하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자는 인질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정부 변호사들의 법적 의견이 발표됐다. WSJ는 "이같은 법적 판단이 향후 인질 교환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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