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비비] 건보개혁의 지름길 ‘특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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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를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불법개설 의료기관 설립주체가 의료생협,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 다양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수사와 처벌, 부당이득 환수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력해온 분야가 사무장병원으로 알려진 불법개설의료기관에 대한 적발·처벌 확대와 부당이득 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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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를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법인병원으로 병원을 개설한 것에 대해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는데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의료법인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불법개설 의료기관 설립주체가 의료생협,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 다양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수사와 처벌, 부당이득 환수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초고령화 사회와 노인인구 천만 시대, 건강보험은 필수의료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의 한축이 건보료 개혁이고 다른 한축은 불요불급하고 불법적인 지출을 줄여 필요한 곳에 투입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력해온 분야가 사무장병원으로 알려진 불법개설의료기관에 대한 적발·처벌 확대와 부당이득 환수다. 요양병원은 2000년 초반 400여곳에 불과했다가 2022년 현재 1398곳에 이른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면허대여약국) 등 불법의료기관이 지난 10년간 건보에서 빼간 돈만 3조4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환수율은 6.7%에 불과하다. 건보공단이 최근 10년간(2009∼2022년)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한 부당이득금(3조4천억원) 가운데 절반(52%, 1조7400억원)이 요양병원이다. 불법으로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다시 불법의료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범죄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부(富)의 축적에 비해 처벌이 미약해서다. 초기단계에서 계좌추적과 수사를 통해 계좌를 막아야 하는데 막지 못한다. 수사기간은 평균 1년에서 3년까지 이어지고 그 기간 동안에 빼돌리는 금액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성상철, 김용익, 강도태, 최근 취임한 정기석까지 전·현직 건보공단 이사장들은 특사경(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했다. 특사경 제도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제7조의 4설)을 통해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에 대한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총 4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복지부는 12명의 특사경을 두고 있지만 사무장병원 관련 인원은 3명 밖에 안된다. 복지부의 특사경 인력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으니 복지부 장관의 추천을 받은 건보공단의 특사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40명 내외로 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불법개설기관 조사에 특화된 전문 인력과 빅데이터 기반의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집중수사를 통해 효율적으로 불법 개설기관 단속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에서 이견이 있고 의사단체와 경찰이 반대하고 있지만 특사경제도 도입은 가장 쉽고 빠르게 건보재정을 안정화하고 국민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다. 정당한 의료행위를 하는 곳은 영향이 없다. 더구나 부당이득을 신속하게 환수하면 한해 2000억원의 재정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폐기돼 내년 총선으로 꾸려질 22대 국회에서 원점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없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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