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카운트다운, 영화팬들 설레게 할 9월의 영화제들
[오상환 기자]
규모는 축소됐지만, 시네필들의 설렘은 커졌다. 내홍으로 인한 잡음으로 상영작 편수는 줄었지만, 유수의 국제영화제들을 휩쓴 화제작들과 거장들의 영화에 집중하고, 주윤발의 내한까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예매가 오는 22일로 예정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다리며 찾아볼 만한 내실있는 9월의 영화제와 기획전을 소개한다.
▲ < 2만 종의 벌 >의 한 장면.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최연소 여우주연상) 수상작. |
ⓒ SICFF |
아이들의 세계와 목소리를 담은 동시대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한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11회 라인업도 풍성하다. 우선 개막작인 <아마 글로리아>가 눈에 띈다.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이자 여섯 살 소녀와 보모의 우정과 섬세한 감정이 빛난 영화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정식 개봉 전 최초로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올해 베를린영화제 최연소 배우상을 수상한 소피아 오테로의 < 2만 종의 벌 >, <조조래빗>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제작자로 참여한 아메리칸 인디언 가족 이야기 <빵떡 소녀와 나>, SXSW영화제 화제작이자 왕따 피해자의 레트로 치유 코미디 <환상 속의 남친>, 이혼 가정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관찰한 일본영화 <환상의 반딧불> 등 다양한 주제와 목소리를 들려줄 섬세한 터치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오는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롯데시네마 은평 등 일대에서 진행된다.
▲ 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
ⓒ DMZ Docs |
기록에 충실한 다큐멘터리의 본질에 주목해온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15회를 맞아 다큐멘터리스트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다큐멘터리들을 보다 명확한 기준으로 구분하여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쟁 섹션은 월드 프리미어로 출품 기준을 강화하여 한국 다큐멘터리의 경향과 문제의식에 주목한다. 가습기 살충제로 인한 참사가 반려동물들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 <인간의 마음>, 1970~1980년대 '탁아운동'의 주역이었던 여성 활동가들의 흔적을 좇는 <열 개의 우물>, 전작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김천/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싸움을 기록한 김상패 감독이 소성리로 귀촌을 결행하여 마을 공동체를 관찰하고 참여하며 실천의 다큐를 완성한 <양지뜸> 등 현실을 감각하고 깊은 울림을 전달할 장·단편 다큐멘터리가 소개된다.
국제경쟁과 프런티어 부문으로 재편된 경쟁 부문 섹션은 성찰과 기록에 충실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한국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로 저장강박증에 걸린 어머니와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아버지의 자리를 비추며 분단과 가족의 불안을 반추하는 사적 다큐멘터리 <망명자>, 징병제 국가의 모순과 전쟁과 독재를 통찰하는 <마더랜드>, 다큐멘터리 거장인 왕빙 감독이 중국 독재와 폭압에 맞선 반체제 예술가 왕 시린의 초상을 담은 <맨 인 블랙> 등 생생한 경험과 다큐의 미학에 충실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 <얼굴들> 포스터. 이강현 감독 특별전 ‘메모리얼 이강현’ 상영작. |
ⓒ 시네마달 |
그밖에 우크라이나의 현재와 사람들을 주목하며 전쟁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낼 우크라이나 기획전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 올해 작고한 이강현 감독의 전작들을 상영하는 특별전 '메모리얼 이강현', 대안 언론이자 저널리즘의 미덕에 입각한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발표한 뉴스타파의 궤적을 조명하는 '뉴스타파: 카메라를 든 목격자들', 최초의 장편 다큐멘터리인 〈북극의 나누크〉를 비롯해 다큐멘터리의 기념비적 유산을 창조한 로버트 플래허티 감독의 영화 세계를 망라한 '로버트 플래허티 재장전' 등 다큐멘터리의 과거와 현재까지 경향을 돌아보는 영화 147편이 상영될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고양백석 일대에서 열린다.
▲ <무빙 온> 포스터. 사적 복수를 통해 연대하는 노년의 여성들 이야기. 제인 폰다와 릴리 톰린이 출연한다. |
ⓒ fiwom |
여성에 대한 폭력의 현실과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을 다루는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여성인권영화제는 16회를 맞아 보다 다채로운 상영작들을 선보인다.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섹션에서는 미투 이후의 시대에도 지속되는 동의에 관한 질문과 유리천장에 맞서는 여성들의 현실을 그린 영화 세 편(미투 운동 vs 강간범 경찰들, 모래 폭풍, 하늘에서 여자들이 비처럼 내려와)이 소개된다.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 섹션에서는 각각 스턴트우먼, 여성 정치인, 서퍼 여성들이 폭력과 압박, 희생에의 강요에 맞서 분투하는 투쟁의 현실을 비춘 세 편의 다큐멘터리들(스턴트우먼, 꾼들의 전술, 서퍼 걸즈)을 만날 수 있다.
'그대 마음과 만나, 피움' 섹션에선 레즈비언으로서의 경험과 현재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두 편이 소개된다. 이 중 <러브, 바바라>는 현대 레즈비언 다큐멘터리의 선구자, 바바라 해머의 필모그래피와 영화사에 남긴 궤적을 다룬다. 100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영화 내외적으로 인상적인 발자취와 유의미한 담화를 이끌어냈던 위대한 액티비스트의 목소리와 유작, 사적 기록을 마주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밖에 '피움 줌 인', '피움 줌 아웃' 섹션에서는 뿌리깊은 성폭력과 모녀의 연대를 포착한 <깊어서 고요한>, 노년 여성들의 사적 복수를 재치있게 묘사한 <무빙 온>, 1980년대 런던에서 전방위적 이슈 제기와 금기에 도전한 대안적 공동체를 다룬 <꼴통 다이크> 등 행동하는 여성들의 관계에 집중한 영화들이 소개된다.
다양한 주제와 질문을 던질 영화들로 무장한 16회 여성인권영화제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다.
▲ 모리타 요시미츠 회고전 포스터. 90년대 PC통신을 소재로 한 <하루>의 한 장면. |
ⓒ 서울아트시네마 |
1980년대 일본 뉴웨이브 영화들의 출현과 더불어 활력을 불어넣은 감독 모리타 요시미츠의 대표작 여덞 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1983년 <가족게임>으로 가족의 붕괴와 일본 사회의 가치를 비틀며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은 이후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원작을 우아한 감각으로 완성한 <소레카라>,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영화화한 <키친>, PC통신을 소재로 현대인들의 소통과 불가해한 만남을 탐색하며 반향을 일으켰던 <하루>, 와타나베 준이치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해 일본 사회에 불륜 신드롬을 일으켰던 <실락원>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동시대 일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포착한 그의 영화 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 특히 <접속>과 비교되며 표절 논쟁까지 일었던 <하루>와 발표한 지 14년 만에야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해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실락원>,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검은 집>과 <남쪽으로 튀어> 등 명성이 자자했던 영화들을 오롯이 스크린으로 접할 수 있다.
한편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이 1970년대에 발표한 8mm 자주영화 세 편을 만날 수 있는 상영회가 오는 14일 오후 7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대시사실에서 진행된다. 웨인 쇼터가 이끄는 재즈 밴드 '웨더 리포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1971년 작품 <일기예보>, 한 달여간 시부야와 규슈의 다가와를 돌며 공장지대를 담은 1972년작 <공장지대>, 치가사키에 사는 세 청춘의 일상을 경쾌하게 포착한 1978년 피아영화제 입선작 <라이브 인 치가사키>가 상영되며 감독의 배우자이자 프로듀서인 미사와 가즈코의 영화 소개도 진행될 예정. 무료 상영으로 선착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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