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안정적 경영 승계…양종희號 이유 있는 자신감

이호연 2023. 9.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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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무풍지대' 회장 교체
금감원장 "모범 사례" 입증
건전성 지배구조 '바로미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자리에 양종희 부회장이 내정됐다. 양 내정자는 내부 출신으로 금융업무 전문성은 물론 도덕성과 미래형 리더쉽까지 탑재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KB금융이 ‘관치 외풍’ 없이 자체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자연스런 회장 교체를 이뤄내면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에 성공했다는 평이 이어진다.

“저같은 행원 출신이 여기까지 왔다는게 저희 KB금융그룹 인사 나름의 자긍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1일 양 내정자가 첫 출근길 약식 브리핑에서 밝힌 소회 중 일부분이다. 앞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2차 최종후보군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투표를 통해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지었다.

양 내정자는 1989년 국민은행의 전신인 주택은행에 입행해 35년간 금융맨의 길을 걸어왔다. 2008년 KB금융이 설립된 이후 첫 내부출신 최고경영자(CEO)로, 회장 인선 절차 초기때부터 강력한 회장 후보로 점쳐져왔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KB금융 인선이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잡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금융권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경쟁 금융지주들의 경우 관료 출신의 인사가 회장 후보 하마평 혹은 내정되기도 했다. 실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금융 지주 회장이 아직도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3연임 예상을 깬 조용병 회장의 급작스런 ‘용퇴 결단’ 배경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왔다.

이와 달리 KB금융은 지난 한 달간의 인선 기간 동안 관료 내정설 등에 대한 이슈 없이 무난히 진행됐다. 인선 과정 중간에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주식 투자 적발 사건이 발생하며, 자칫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되려 금융당국이 “궁극적으로 선임 절차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관망하는 모양새를 취한 바 있다.

이같은 기조는 KB금융이 9년간 구축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독보적으로 자리잡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차기 회장 후보군 양성을 위한 프로세스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사외이사 전원 교체부터 시작해 내부 감사 제도를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내부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본부제 등의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임기 마지막 대는 부회장 체제를 다시 가동하며 본격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양 내정자는 가장 먼저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이번 회장 인선 과정에서도 검증 기간은 과거보다 더 길어지고 평가 절차는 더 까다로워졌다는 설명이다. 인선 과정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물론 후보자 역량 검증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숏 리스트 선정 시기를 지난 2020년 대비 3주가량 앞당겼으며, 후보자 면접도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시간도 추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마저도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다”며 모범사례로 평했을 정도이다. 이같은 경쟁 과정을 모두 뚫고 회장 자리에 오른 양 내정자의 자신감도 엿보인다.

양 내정자는 이날 비은행장 출신이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이사회에서도 그런 질문이 있었다”면서도 “저희 (KB금융그룹이) 지배구조를 잘 짜서 사업본부제를 통한다든지 부회장직을 통해서 후보들이 그룹 전반적인 것을 학습케 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경호 KB금융 회추위원장은 “이번 회추위에서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내∙외부 후보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선정 프로세스를 운영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KB의 경영승계 절차를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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