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 日 반도체 부활 꿈 '라피더스' 첫발…넘어야할 산 만만찮다

전진영 2023. 9. 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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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소니 등 연합기업
日정부도 2조6100억원 보조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 기공식
그러나 공업용수 확보 난항
인력 확보도 어려워

일본 주요 대기업이 연합해 만든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지난 1일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의 기공식을 하고 일본 반도체 부활의 첫 삽을 떴다. 일본 정부까지 적극적인 출자에 나선 가운데 일본 언론은 이번 기공식을 두고 "반도체 부활의 마지막 기회"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첨단 반도체 분야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1980년대 세계 최대 반도체 공급망의 지위를 되찾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야심 찬 목표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라피더스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양성한다는 계획은 잡혔지만 정작 해외 파트너사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데다 공업용수,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자칫하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막대한 정부 투자금 들어갔는데…해외 파트너사 확보 고심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반도체 부활을 위해 만든 연합 기업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833억엔(2조6100억원)을 보조하고 있어 사실상 민관합작 프로젝트나 마찬가지다. 라피더스가 지토세에 짓는 공장은 5조엔(45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업이 전부 돈을 댈 수 없어 일본 정부까지 출자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 정부와 라피더스의 목표는 맞춤형 2㎚(1㎚는 10억분의1m) 반도체의 생산과 수출에 맞춰져있다. 2025년에는 시험 생산에 들어가며,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장 건설 이후 라피더스가 손익분기점을 과연 넘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라피더스는 현재 미국 IBM 등에 기술자를 파견해 기술을 배워오는 등의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나 공장 건설 이후 계약을 얼마나 따낼 수 있을 것인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제일 먼저 지적받는 것은 경쟁력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2025년 2㎚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2027년 1.4㎚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라피더스가 2025년 시험 생산에 나선다는 것부터 첨단 반도체 시장에선 뒤떨어진 셈이다.

이에 라피더스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필요로하는 맞춤형 반도체 생산을 도맡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그는 니혼게이자이(니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파트너를 찾아 구글, 애플, 아마존 내 일부 기업과 이미 협의를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지금 TSMC밖에 없는데, 여기에 라피더스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파트너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맞춤형 반도체는 대량 양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내부 수요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워 해외의 ‘큰손’을 찾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 맞춤형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코이케 사장은 "공장을 짓고 매출이 날 때까지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구상을 듣고 자금을 대고 싶은 기업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애초에 우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최종적인 골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공업용수 확보·인력 부족…당장 해결해야할 과제 산더미

불투명한 전망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공장 착공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문제들이 떠올랐다. 가장 큰 문제는 용수다. 반도체 공장은 물과 전기가 끊기지 않는 곳에 들어서야 한다. 라피더스가 입지하는 지역은 인근에 지토세강과 호수 등이 있기 때문에 그간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라피더스는 용수 확보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2025년 시범 생산에서는 지토세시 상수도에서 물을 끌어와 사용할 계획으로, 용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양산을 시작했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범 생산에서는 1일 4000㎥의 물을 사용하지만 양산에는 이보다 수십 배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용수 공급 문제는 지난달 홋카이도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여름마다 심해지는 지토세강의 가뭄도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용수 공급처인 미미강의 경우, 강이 흘러 만든 우토나이 호수가 습지 보전 규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있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고민도 필요해 무작정 물을 끌어다 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출산과 고령화 기조가 전체 고용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반도체 인력의 급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이 매년 공표하는 공업통계조사에 따르면 1998년 약 23만명이던 반도체 인력은 2019년에는 약 17만명까지 감소했다. 반대로 인력 수요는 구마모토 TSMC와 홋카이도 라피더스가 문을 열면서 급증하고 있다. 일본 구인 업체 리크루트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 엔지니어 구인 수는 2013년 대비 2021년 7.4배, 2022년 13.1배에 달했다. 공급이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를 늘려 인재 육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필요한 인력을 구해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케이의 자회사 니케이엑스테크는 "일본에서 인재를 길러낸다고 해도 그 수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분야 출신이거나 전공자가 아닌 사람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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