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 왕자와 휠체어럭비 관람…박민식 '인빅터스' 외교전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2023 독일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 중인 한국이 활발한 스포츠 외교전을 펼쳤다. 2029년 인빅터스 대회 유치 의사를 공식화하는가 한편 구기종목에선 우크라이나를 주축으로 미국과 다국적 연합팀을 구성했다. 우크라이나를 매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밀착 행보에 나선 현 정부의 외교 노선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10일 오후(현지시간) 인빅터스 게임이 열리고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해당 대회를 창설한 영국 해리 왕자를 만나 인빅터스 게임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이번 유치 제안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빅터스 대회 유치에 나선다면 2027년 개최도 가능하다”며 “아시아의 인빅터스 게임 개최는 인빅터스 정신을 전 세계에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인빅터스 게임은 1회 대회인 2014년 영국을 시작으로 2016년 미국, 2017년 캐나다, 2018년 호주, 2022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됐고 2025년 7회 대회는 다시 한 번 캐나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 인빅터스 게임이 열릴 경우 대회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게 인빅터스 재단의 입장이다. 한국은 지난해 네덜란드 대회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앞서 11개 참가국 보훈·국방장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인빅터스 게임 유치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들은 한국이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던 경험을 내세우자 적극 호응했다고 한다.
6·25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과 ‘불굴’을 뜻하는 인빅터스 정신이 맞닿아있다는 설명에도 이들 보훈·국방장관들이 공감했다고 보훈부 관계자는 전했다. 보훈부는 인빅터스 게임의 한국 개최가 이뤄질 경우 22개국 6·25 전쟁 파견국을 모두 초청할 방침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국내 상이군경 재활·의료시스템과 기반 시설, 그리고 첨단 로봇 보철구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박 장관과 해리 왕자는 휠체어럭비 경기장을 찾아 함께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특히 해리 왕자는 해당 종목에 한국·미국·영국·우크라이나가 연합팀을 이뤘다는 데 관심을 갖고 응원전을 펼쳤다. 우크라이나 선수 4명과 한·미·영 각각 1명의 선수로 구성된 다국적팀은 이날 예선전 승리로 8강에 진출해 11일 경기를 벌인다. 연합팀 일원으로 출전한 우크라이나 선수는 “한국과 함께 해 큰 힘이 됐다”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국의 한국 대표 신법기 선수는 경기 후 “우크라이나 상황이 많이 힘들어서 우크라이나 선수에게 마음이 많이 쓰인 부분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열정과 마음의 힘을 얻고 갔으면 좋겠다”거 말했다.
이 같은 한국의 스포츠·보훈 외교전을 놓고 현 정부의 외교 기조와 맞닿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나토 등 자유진영 중심의 다자주의 공조축을 확보하는 전략과 유사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약속한 데 이어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23억 달러(3조751억원)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9일 “양국 정상회담 후 후속격의 장관급 회담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달라”는 율리아 라푸티나 우크라이나 보훈부 장관의 초청을 받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만간 인빅터스 게임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독일 뒤셀도르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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