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간 신동엽-이경규... 예능 달인들이 하면 다르다

[리뷰] 새로운 공간에서도 유효한 30여 년 방송 관록... 베테랑 예능인의 품격

[김상화 기자]

▲ 최근 나란히 유튜브로 진출한 신동엽-이경규 ⓒ 짠한형신동엽, 르크크이경규

 
TV 예능의 인기,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들어서 고참 예능인들이 속속 유튜브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유튜브 개설 혹은 웹예능 고정 출연 등은 워낙 흔한 일이 된 지 오래이다. 수년 전 초창기만 하더라도 TV 무대에서 자리를 잃거나 돌파구가 필요했던 예능인들이 중심을 이뤘다면 요즘 들어선 기존의 인기를 발판으로 직접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채널을 개설하거나 외부 프로덕션과의 협업을 한 웹 예능 제작이 두드러진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소속사 안테나가 개설한 채널 '뜬뜬'의 <핑계고>를 통해 유튜브의 세계에 뛰어든 유재석만 하더라도 200만~300만 조회수는 기본적으로 달성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JTBC와 손잡은 박명수의 웹 예능 <할명수>는 BTS, 블랙핑크, 세븐틴, 뉴진스 등 국내 정상의 아이돌부터 황정민, 설경구 등 유명 배우들이 신작 발표시 방문하는 통과 의례 코스로 자리잡을 정도다.  

요즘 들어선 또 다른 베테랑들도 속속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기존 TV와는 구분되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동엽신' 신동엽, '예능 대부' 이경규이다. 이들은 각각 전문 제작업체와 손잡은 웹예능('짠한형 신동엽')을 런칭하거나 본인의 이름을 내건 채널('르크크 이경규') 등을 개설하면서 특유의 입담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흔하디 흔한 술방? 신동엽이 하면 다르다
 

▲ 웹예능 '짠한형 신동엽' ⓒ 짠한형신동엽

 
유튜브 속 토크 예능 혹은 개인 채널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는 일명 '술방'으로 불리는 음주 토크다. 무분별한 음주 권하기 조장이라는 일부의 비판도 존재하지만 가장 일상적인 소재 중 하나인 '술'을 활용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선 유튜브 방송의 또 다른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찌보면 '애주가' 신동엽의 술방 토크 진출은 뒤늦었지만 최적의 주인공의 이제야 자신의 영역을 찾았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과거 tvN <인생술집>, 채널 S <신과 함께> 등으로 어느 정도 발을 담그긴 했지만 TV 심의의 제약에서 벗어난 <짠한형 신동엽>은 더욱 자유 분방한 그의 입담을 만날 수 있기에 불과 열흘 사이 공개된 3편의 영상은 일찌감치 200만~300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프리뷰 성격의 0회를 거쳐 첫 등장한 초대손님은 과거 KBS <해피투게더 : 쟁반노래방> 시절 호흡을 맞췄던 이효리였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추억팔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던 그녀의 고민, 과거 2000년대 신동엽과 진행했던 예능의 뒷이야기를 유쾌한 화법으로 들려주면서 신생 웹 예능에 큰 힘을 실어줬다. 

"유튜브 다 내끄야!" 예능 대부 이경규의 진출
 

▲ 이경규의 '예능 대부 갓경규' ⓒ 르끄끄이경규

 
지난 4월 김태호 PD의 'TEO'채널이 공개했던 유튜브 예능 총회 편을 통해 자신의 유튜브 진출을 공언했던 이경규였지만 정식 오픈은 지난 7월이 되서야 이뤄졌다. '르크크 이경규'란 채널 개설 후 '예능 대부 갓경규'라는 이름으로 토크 예능 콘텐츠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약한 구독자수(6만 명대)와 조회수에서 볼 수 있듯이 진출 초기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유튜브라는 공간에서도 예능 대부 특유의 호통 개그와 입담은 여전히 유효하고 있음을 점차 입증하고 있다. 

김태원(부활), 윤형빈, 박명수 등 과거와 현재 자신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후배들을 중심으로 이승기, 영탁, 랄랄 등 특별한 인연이 없는 연예인들에 이르는 초대손님들을 상대로 버럭과 자기 중심적인 토크 진행으로 끊임없는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이 채널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8일 공개된 7편에선 '호통개그'의 명맥을 잇는 '선배 유튜버' 박명수가 출연해 특유의 티키타카식 호흡을 과시해 재미를 선사했다. 고정 출연자인 이윤석의 과거 <무한도전> 하차 비하인드 이야기를 비롯해서 <할명수>를 통해 얻은 채널 운영의 노하우를 '호통 배틀' 식으로 제공해 구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TV 중심 예능인들의 위기? 유튜브는 새로운 기회
 

▲ 유재석의 '핑계고', 김용만의 '동네축구형 용마니' ⓒ 뜬뜬, 동네축구형용마니

 
유튜브 예능의 매력 중 하나는 '날것'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방송이라는 점이다. 간혹 선 넘는 언행이 논란을 일으키는 사례도 존재하지만 TV 활동 30년 이상을 자랑하는 '살아 있는 방송 역사' 답게 고참 예능인들의 유튜브 콘텐츠는 의외성이 마련하는 웃음과 재미,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비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지난 7일 공개된 '핑계고' 보답은 핑계고 편은 초대손님으로 출연한 데프콘의 "나는 유재석의 12제자다!" 발언, 최근 척박해진 TV 예능 환경에 대한 유재석의 고백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유튜브 급인기 동영상 순위에 등장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를 계기로 '12제자 특집' 마련해달라는 구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할 만큼 후속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 예능과는 다른 방향성의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는 예능인들도 존재한다. MC 김용만이 운영하는 '동네축구형 용마니'는 국내와 해외 프로축구 전문 채널로 구성되면서 해설가, 전직 축구선수, 외국인 방송인들이 EPL, 분데스리가, 프리메라리가 등 전문성이 가미된 축구 이야기로 차별화를 도모한다. 직접 각국 프로팀들의 소재지를 지도로 직접 제작할 만큼 타 축구 채널에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기획도 척척 수행할 만큼 알찬 내용물로 독자성을 강화하고 있다.  

TV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방송 권력이 OTT, 유튜브 등으로 넘어온 요즘, 인기의 확산과 화제몰이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찌보면 기성 예능인들의 대거 유튜브 진입은 TV 중심 환경의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반면 관록과 연륜이 겸비된 인물들 입장에선 새로운 영역을 활용해  또 다른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그들의 유튜브 등장은 분명 도전 이상의 가치를 마련하고 있다. '예능 베테랑'들의 품격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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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