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덴마크 교육학자의 바람이 현실로

양석원 2023. 9. 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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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국적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국제학교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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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원 기자]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만들기를 모토로 하는 자유학교는 올해 봄 (관련 기사 : 덴마크 인생학교에 한 달 살기를 왔습니다)에 이어서 가을에 두 번째 덴마크 인생학교(아래 폴케호이스콜레)에 와 있다. 덴마크 인생학교 2기 참여자들과는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에 머물고 있으며, 다른 폴케호이스콜레를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IPC 건물에 있는 학교의 명패
ⓒ 양석원
 
"무비 나이트를 준비하느라 제 손이 조금 더럽네요. 인사는 이렇게 하기로 하죠."

학교 건물 밖 잔디에서 영화를 같이 보는 행사 준비 때문에 매트를 옮기고 있던 로드 선생님은 악수 대신해 팔꿈치를 부딪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무비 나이트에는 <라이온 킹>을 볼 예정인데 우리가 방문한 날이 아프리카 대륙 문화의 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학교 건물 벽에 하얀 천을 붙여 놓고 거기에 프로젝터를 쏠 생각으로, 잔디 위에는 이곳저곳에 매트를 깔아두었다. 학교 소개를 위해서 우리를 처음으로 안내한 곳은 최근에 새롭게 만들어진 유엔홀이었다. 

IPC를 소개하는 로드 선생의 말을 들어보자.
 
 농장이었던 땅을 구입해서 시작한 IPC의 초기 모습
ⓒ 양석원
 
"IPC는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모여서 100명 정도의 작은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1921년 1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여전히 남은 상태에서 덴마크의 교육학자 피터 매니케(Peter Manniche)는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IPC를 만들게 됩니다.
 
"서로 전쟁했던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일하고 공부하면 어떨까. 그것이 상호 존중, 수용, 평화를 촉진하는 일것이다."

한 교육학자의 생각은 실천으로 옮겨졌고, 농장을 매입해서 학교를 만들고 전 세계 사람들이 평화롭게 만나 전통적인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의 방식으로 서로 배울 수 있는 국제 학교를 만들기를 실천합니다. 그 실천이 지금의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입니다. 얼마 전 학교의 100주년 행사가 있었습니다. 여왕도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IPC는 처음부터 다양성을 추구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성숙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이런 노력 때문에 UN으로 IPC는 평화의 메신저로 지정받았고, 나중에 학교를 둘러볼 때 작은 마크를 찾아 볼 수 있을 겁니다.  
   
IPC는 6가지의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사회적 책임 증진(Promotion of community and social responsi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생명과 비폭력에 대한 존중(Respect for life and non-violence), 성평등(gender equality), 민주적 협의 (Democratic consultation),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존중(respect for and openness) 6가지 핵심 가치는 학교를 운영하는 것부터 수업 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 그리고 학교 공간을 조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이 학교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서 우리를 찾아왔다. 브라질,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등 국적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기숙사 방을 포함해서 학교 여러 곳을 안내해 주었다. 학생들의 가벼운 발걸음과 공간을 설명할 때 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문화의 날인 만큼 저녁 식사도 해당 지역의 요리들도 구성이 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는 지난 학기 학생이지만 문화의 밤을 위해서 찾아온 덴마크 학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재는 대학교에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지만 이곳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너무 소중하고 또 이곳에서 만났던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의 우정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파스타를 만들고 있는 IPC 학생들
ⓒ 양석원
 
저녁 식사를 마치고 문화의 밤 행사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학교 근처의 슈퍼마켓에 들르기로 했다. 길 안내는 이번 학기에 IPC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가희님이 안내해 주었다. 가는 길에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의 학교에 대해 소개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아프리카 문화의날 행사장
ⓒ 양석원
 
오후 일곱 시 반, 아프리카 대륙 국가의 문화의 밤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강당으로 이동하니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고 무대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40여 개국의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매주 문화의 밤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대륙과 함께 여러 나라를 추가한다고 한다. 지난주는 선생님들이 준비해서 올리는 문화의 밤 무대가 있었는데 선생님들 조차 다양한 국가의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문화의 밤 행사는 학생들 위주로 준비하는 처음 행사라서 많이 긴장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이 많은데 로드 선생님은 다 함께 준비하고 하는 행사들이 끝나고 나면 자신감도 올라가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라별로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는 슬라이드와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문화를 소개하는데 음악이 빠질 수 있겠느냐며 모두를 일으켜 세워 우리가 모인 공간을 한순간에 무도회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IPC를 만든 덴마크의 교육학자 피터 매니케(Peter Manniche)
ⓒ 양석원
 
2023년 9월의 어느 날 40여 개국의 청년들이 한데 모여서 춤을 추고, 문화를 나누고 있는 이 현장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겨주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지내온 우리는 100여년 전 한 교육가의 생각과 실천을 거울 삼을 수 없는 것인가?

"서로 전쟁했던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일하고 공부하면 어떨까. 그것이 상호 존중, 수용, 평화를 촉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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